【포항/경북뉴스통신】정명교 기자=6.13 지방선거를 통해 육지에 정치섬이 생겼다면 대구, 경북지역의 ‘정치고립도’일 것이다. 푸른 바다색과 같은 더불어 민주당의 정당색깔위에 포위된 붉은색의 자유한국당의 섬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만들어진 신종 정치지형이다.
마치 물위에 뜬 꽃잎처럼 처량하게 변한 대구경북, 정치고립도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동안 자유한국당과는 다소 차이를 두고 새로운 중도개혁보수를 자처하며 목소리를 높였던 바른미래당은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물속에 빠져버린 느낌일까. 지방선거가 끝나고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지도부가 사퇴하고 문을 닫을 것인지, 새롭게 쇄신할 것인지를 놓고 국민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선거전 호기롭던 모습과는 완전 딴판인 이들의 모습. 세상은 왜 이렇게 보수에게서 등을 돌린 것일까.
우선 정치전문가들은 시대흐름에 따라 정치지형이 완전히 변해버렸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고 진단한다. 토양이 완전히 바뀌어버렸다는 말이다.
예컨대 논농사를 짓던 토양에 토질이 변화돼 이제 밭작물을 심어야 될 만큼 근본적인 토질의 변화가 있었다는 말이다.
그 토질의 변화에 맞게 밭작물을 심은 농부는 성공할 것이고, 여전히 벼농사를 하려했던 농부는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 지형의 변화로 말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기상이다. 아무리 밭이 좋아도 날씨가 이를 받혀줘야 하는데 기상조건이 논농사 보다는 밭농사에 더 어울리는 조건으로 변화된 것이다.
즉, 정치적으로 말하면 시대정신이 달라졌다는 말. 시대적 가치, 시대적 흐름, 시대적 변화에 맞는 정치기법을 구사해야 기사회생을 할 수 있는데 바로 이점에서 현재의 시대가치가 무엇인지 읽어내지 못하면 실패하게 마련인 것이다.
세 번째는 돌발상황에 대한 대비책이다. 아무리 풍년농사를 지어도 태풍이나 가뭄이 들면 모든 게 허사가 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생각지도 못한 돌발상황이나 변수가 생기면 바로 처방을 할 수 있는 기동력과 또 이에 공감할 수 있는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 그때그때 비상처방을 해야 하는 것이다.
중국산 매미나 각종 해충이 농작물을 급습하면 농약을 뿌리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야 하듯이 말이다.
네 번째, 정성이다. 농사든 장사이든 정성이 들어가야 한다. 손길이 한번 가는 것과 두 번 가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정성을 쏟으면 하늘도 감복한다는 말처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국민정서에 대한 눈높이 대응은 한시도 놓칠 수 없는 정당인들의 기본자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쩌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작물이다. 정치로 보면 후보본인이 중요한 것이다. 아무리 토양이 좋고 기상이 좋아도 묘목이 시원찮으면 잘 자랄 수 없고, 설령 자라도 과실이 기대이상으로 소출되지 않을 것이다.
선거도 마찬가지이다. 과메기에게 공천을 줘도 당선된다는 TK지역이라 보수정당에서 이놈저놈 아무나 공천 준다고 당선될 것인가 말이다. 유권자를 우롱하고, 지역민을 기만하는 식의 정당공천에 대해 성난 파도는 배를 뒤집게 마련인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이자 생가가 있는 보수의 심장 경북 구미에서 더불어 민주당 후보가 시장에 당선됐다는 것은 이제 TK도 변하기 시작했다는 반증이다.
경북최대의 도시, 포항에서도 자유한국당 현역시장에 맞서 더불어 민주당 후보가 한자리 숫자로 석패할 정도니 TK지역도 사실상 정치지형이 달라지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바다로 치면 수온이 자꾸 상승한다고 할까. 과거에는 동남아지역 바다에서나 볼 수 있는 어종이 수온상승으로 한반도 연근해까지 올라온다고 하니 정치지형도 세월 따라 그 온도차이가 급격히 달라지고 있는 느낌이다.
6.13 지방선거가 만들어낸 내륙의 섬, 정치고립도인 TK에 다리를 놓고 모든 사람들이 왕래할 수 있는 육지로 만들어 놓는 것, 그것은 바로 위정자들이 해야 할 몫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