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시 내남면에 소재한 삼릉숲
【경주/경북뉴스통신】정승화 기자=요즘 경주가 참 우습게 됐다. 최양식 경주시장의 출마번복 해프닝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나 실언을 할 수도 있고, 더욱이 정치인의 말이란 게 겉으로 번지르레하게 포장됐을 뿐 100% 진실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없지만 그래도 이번 최시장의 출마번복은 너무했다.
명색이 고위공직자 출신으로 지난 8년 동안 재선 경주시장으로 천년신라를 이끌어온 시장님의 언행치고는 ‘참 졸렬하다’는 평가가 많다.
▲ 최양식 경주시장
특히 그동안의 사례를 통해볼 때 기초단체장 출신들의 행보가 대개 재선을 한 후 경북도지사 등 보다 큰 권력을 탐하는가하면 그대로 3선까지 출마하는 게 통례였으나 지난해 9월 추석을 앞두고 최시장이 전격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해 TK 정치권에서는 ‘정말 신선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불출마 선언당시 최시장은 ‘3선 불출마는 물론 경북도지사 선거 등에도 나가지 않겠다”고 말하고 “이 같은 결단의 배경에는 정치후진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한 결단”이라고 말해 박수갈채를 받았었다.
그런데 3개월만에 최시장은 자신이 공언한 ‘불출마 선언’을 다시 거둬들이고 다시 3선에 출마한다고 번복했다. 그 이유로 자신이 속한 자유한국당의 출마예정자가 무소속 후보보다 지지율이 더 낮고, 출마 후보자들이 자신이 추진해온 경주시정에 대해 비판을 넘어 폄훼를 하고 있어 출마를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자유한국당 후보가 당선돼야 하는데 뜻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고, 또 자신이 했던 일에 대해 출마자들이 이러쿵 저러쿵 입을 대니까 기분 나빠 다시 나왔다는 말이다.
재선 경주시장출신으로 3선을 준비한다는 후보의 출마 사유치고는 참 졸렬하다는 게 대다수 사람들의 평가이다. 그렇게 경주시정이 걱정된다면 김유신도 어떻게 눈을 감았겠는가.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역사는 흘러가고, 후배들이나 후대들도 다 능력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잘 할 수밖에 없을 텐데도 참 걱정도 팔자인가 보다.
최시장측의 촌극은 또 있다. 지난 9일에는 최시장의 불출마 철회를 촉구하는 경주시민 3백여명이 모여 집회를 여는 웃지 못할 일까지 벌어졌다. 표면적으로야 경주를 걱정하고, 최시장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자발적 시위라고 하지만 정치 공학적으로 보면 최시장측에서 출마선언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하나의 퍼포먼스가 아니겠는가. 지역 정치전문가들의 견해이다.
최시장의 이같은 출마번복 사태로 그동안 경주시장을 준비해온 박병훈 전 경북도의원, 이동우 전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임배근 동국대 교수, 정종복 전 국회의원, 주낙영 전 경북도 행정부지사, 최학철 전 경북도의원 등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한다.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것’도 아니고 자신들이 나름 바닥을 다지고 열심히 뛰어다니며 득표활동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챔피언격인 최시장이 다시 뛰어든다고 하니 운동으로 말하면 게임자체가 엉망이 돼 버린 것이다.
경주시장 출마카드를 만지작거리던 최병준 경북도의원은 아예 출마포기를 선언했으며, 대한체육회 전충렬 사무총장도 출마카드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공인의 말 한마디, 언행 하나하나의 파급효과가 실로 엄청난 것이다. 최양식 경주시장의 출마번복 사태가 향후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최시장이 현역 재선시장으로서 상대 후보들보다 많은 프리미엄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지렛대를 이용해 3선 시장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번 출마번복 사태는 최시장 개인은 물론 경주역사에 두고두고 오점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것으로 보인다.
【경북뉴스통신 정승화 취재국장】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