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전 대통령 복원 생가 전경
포항을 흔들어버린 지진이 발생한지 스무날이 지나가고 있다. 한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포항사람들에게는 백년이 지나간 듯 멍한 나날이었다. 모든 것이 깜깜하고,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불안하기만 한 시간들이었다. 집에 있어도, 직장에 출근을 해서도 사람들은 온통 지진 이야기 뿐이었다.
그 어떤 논리도, 어떤 이념도 생명을 담보로 하는 위협과 절망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비단 포항뿐이었겠는가. 전국이 흔들렸다. 포항사람들은 지진 한복판에서 삶의 절벽을 느꼈고, 외지인들은 그런 포항사람들을 보며 발을 동동 굴렸다.
아직도 포항에서는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낮이고 밤이고 땅이 흔들리고, 아파트가 휘청거리고 있다. 하루아침에 집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체육관에서 차가운 밤을 지새우고 있다. 선택하지 않았던 이상한 불행이 포항을 쓰나미처럼 휩쓸어 버렸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가슴이 답답한 노이로제성 환자들이 병원마다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가축들도 지진에 놀라 난산을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모든 살아있는 목숨들이 반쯤 넋이 나갈 만큼 그 공포는 길고도 깊었다. 아직도 포항지진은 현재 진행형이다. 땅속의 일이라 소위 전문가들의 말에 귀동냥을 할뿐 명확한 원인을 알 수 없어 불안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증폭되고 있다.
▲ 지진으로 파손된 이명박 전 대통령 생가 담장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었기에 포항시민들의 삶이 한순간에 무너진단 말인가. 가뜩이나 경제불황 등으로 지상의 삶도 힘겨운데 지축마저 흔들려 지금 포항은 중심을 잃어버린 ‘도시공황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지금 포항의 암흑을 보며, 딱 10년전 포항의 영광과 오버랩되는 것은 왜일까. 지난 2008년 포항과 특히 지진 진앙지인 흥해는 이 나라의 중심이었다. 대통령을 배출한 자랑스런 도시, 대통령의 고향이었기 때문이다.
흥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어린시절을 보낸 고향이다. 출생지가 맞니 안맞니 하지만 유년시절을 보낸 곳을 고향이라고 부르는데 이설을 달 사람은 없을게다.
흥해 읍내에서도 시골길을 따라 들어가야 만나는 덕실마을이 고향인 MB가 대통령에 당선되던 그해, 대한민국 사람들은 포항에서도 흥해를 주목했다.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을 것이다. 3만5천 흥해읍민들은 또 얼마나 자랑스럽게 생각했는가. 덩실덩실 춤을 추고 가만히 있어도 얼굴에서 웃음끼가 떠나지 않은 그런 시간들이었다. 실제로 포항에는 ‘돈과 사람’이 몰리는 역동적 분위기에 도시전체가 넘실거렸다.
▲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 모습
10년후 지금, 포항의 자랑이었던 MB의 처지는 궁색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사태로 촉발된 소위 ‘적폐청산’은 이제 MB정권에도 연결될 분위기이다. 그렇다보니 이제는 포항에서도 MB를 거론하는 것조차 불편해 하는 이들이 있을 정도이다.
고향사람 MB의 처지와 비례해 산업화도시 포항의 처지도 근년들어 궁색해지기는 마찬가지이다. 글로벌 철강경기침체로 포항철강공단 기업들이 줄도산 하면서 1천5백여명의 근로자들이 새로운 직장을 찾아 다른 도시로 빠져 나갔다.
포스코와 연관기업의 경기침체로 그 영향권에서 지탱하던 포항의 자영업자들도 줄도산 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도심에는 빈점포가 수두룩하다. 불이 꺼진 가게가 불 켜진 가게보다 더 많은 현실, 자꾸 어둠이 확장되고 있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포항을 떠나고, 직장인들은 살기 힘들어 아이를 낳지 않고 있다.
대통령의 고향도시 포항이 이 같은 경제불황의 위기에 서 있었던 그 순간, 또다시 재앙 같은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 지진 이재민들을 위로하는 이낙연 국무총리
겨우겨우 버티고 있었던 포항은 한꺼번에 무너져 내렸다. 지금 포항에서는 모든 현안들이 ‘지진블랙홀’에 빠져버린 느낌이다. 지역의 현안사업도, 지방선거분위기도, 겨울 과메기 특수도 모두 어두컴컴한 암흑 속으로 빠져버렸다. 모든 일상이 지진블랙홀로 빠져, 무엇을 어떻게 해야 될지 일시적 공황상태가 포항을 휘감고 있다.
다행히 대통령을 비롯한 중앙정부와 전국각지에서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 도와준 덕분에 피해지역의 회복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있다. 10년전 대통령을 배출한 영광의 도시 포항이 10년후 사상 유례없는 지진 도시로 내려앉은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만감이 교차해지는 것을 느낀다.
무엇보다 정작 MB는 처지가 궁색해져서인지 고향에 오지 못하고 반대진영에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국무총리가 MB의 고향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니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권불십년(權不十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의 옛말이 틀리지 않았음을 지진 진앙지 흥해에서 절실히 실감하고 있다.
【경북뉴스통신 정승화 취재국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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