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시청사 앞에서 동빈대교 건설반대시위를 하는 시민들
암울했던 군사독재시대와 함께 사라진 줄 알았던 ‘저항’이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 소외되고 억압받는 사람들의 몫인 저항이 지금 지방도시 포항에서 꿈틀대고 있다.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 분출하는 핏대의 저항이 아니라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한 연로한 어르신들의 저항이다.
포항 동빈대교 건설문제는 결국 해를 넘기면서도 해결되지 못한 저항의 불씨가 되고 있다. 잠시만 밖에 서 있어도 오한이 드는 이 엄동설한의 날씨에 무거운 피켓을 들고 저항하는 그들을 어떻게 대하는 게 옳은 일인가. 이대로 제풀에 지칠 때까지 기다릴 셈인가. 권력을 가진 이들의 생각이 무엇인지 언제까지 이렇게 방치해둘것인지 그저 답답한 노릇이다.
포항에서의 저항은 또 다른 곳에서도 꿈틀댄다. 바로 지진현장인 흥해가 ‘저항’의 진앙지가 되고 있다. 3만5천 흥해읍민들의 삶의 터전을 흔들어버린 지진의 폐해와 후유증이 심각한데도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것이 저항의 출발이다. 정부를 비롯한 관계기관에서 원인조사에 착수했다고 하지만 주민들은 믿고 기다리려 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재앙적 지진이 일어난 데다 유력 학자들과 상당수 과학자들까지 포항지열발전소를 ‘유발지진’의 원인으로 지목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여진의 공포와 두려움이 더욱 주민들을 흥분하게 만들고 있다.
▲ 박승호 전 포항시장이 추위에 지친 주민들을 위로하고 있다
저항의 원인은 또 있다. 정부와 포항시가 서둘러 지진피해 복구와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부랴부랴 대책마련에 나섰지만 그 과정에서 각종 허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아파트 안전진단검사 결과 '양호하다'고 판정을 받은 곳에서 뒤늦게 ‘부실위험’이 발견돼 뒤늦게 주민들을 이주시키는 졸속행정을 벌이는가하면 피해신고를 누락해 결과적으로 피해주민이 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흥해읍민과 포항시민들로 구성된 다양한 지진 원인규명 단체들이 만들어지고, 청와대를 비롯한 관계요로에 청원서를 제출하는 등 다양한 저항이 줄을 잇고 있다. 포항시와 정부 등 관계기관에서 이들과 함께 방법을 숙의하고, 대책을 찾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 한 흉흉한 민심의 바람을 타고 제2, 제3의 기구가 자꾸 설립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아무도 그들의 손을 잡아주지 않는 비정한 현실 속에서 저항은 자꾸 확산되고 있다. 서민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게 위정자들의 일이라면 한번쯤은 손을 맞잡아 주는 것이 올바른 도리가 아니겠는가. 손과 손을 맞잡으면 해결책이 나오기 마련이다. ‘저항’이 다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도록 빠른 혜안을 촉구한다.
【경북뉴스통신 정승화 취재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