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가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언하며 대대적인 정책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책 성과와 현장 체감 사이의 간극은 여전히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남·출산·돌봄·주거·일·생활 균형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정책을 펼치며 지난해에만 3600억 원, 올해는 4000억 원을 투입하지만 저출생 흐름을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경북도는 정책의 양과 범위 면에서는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자평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만남 주선 사업을 통해 70쌍이 인연을 맺었고, 난임 시술·돌봄·주거 지원 등 세부 지표는 대부분 전년 대비 증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성과 지표’가 출산율 반등이나 인구 구조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 만남은 늘었지만 결혼·출산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경북도의 만남 주선 정책은 청춘동아리, 솔로마을, 견우직녀 만남의 날 등 다채롭게 설계됐다. 매칭률도 일부 사업에서는 50% 안팎을 기록했다. 그러나 만남 이후 결혼이나 출산으로 이어진 사례에 대한 공식 통계는 아직 부족하다.
청년층 사이에서는 “행사성 만남은 늘었지만, 결혼을 결심할 만큼의 경제·주거 불안은 그대로”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결혼축하 혼수비 지원(가구당 100만 원) 역시 상징성은 있지만 실질적 부담 완화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 돌봄은 확대됐지만 ‘누가, 어디서’ 이용하나
24시간 돌봄과 아픈 아이 긴급 돌봄 등 경북형 돌봄 정책은 정책 홍보의 핵심 축이다. 누적 이용자 수만 놓고 보면 수십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지역별 편차는 크다. 돌봄 시설이 집중된 도시 지역과 달리 군 단위 농산촌에서는 접근성 자체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정책은 있는데 이용하려면 거리와 시간 장벽이 크다”는 목소리도 있다. 돌봄 공백을 메우겠다는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돌봄이 필요한 맞벌이·농어업 가구가 정책에서 소외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 주거·일자리 문제는 여전히 ‘구조적’
청년·신혼부부 주거 지원 역시 일부 가구에 한정돼 있다. 임차보증금 이자나 월세 지원은 체감도가 높은 정책이지만 대상이 제한적이고, 공공임대주택 공급 속도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생활 균형 정책도 비슷한 한계를 안고 있다.
돌봄 연계 일자리나 출산 소상공인 대체인력 지원은 긍정적인 시도지만, 민간 기업과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로 이어지기에는 아직 초기 단계다. 저출생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장시간 노동과 불안정 고용 문제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도 분명하다.
△ 예산은 늘었지만 ‘선택과 집중’ 부족
경북도는 올해 저출생 대응 과제를 150개에서 120개로 압축했다고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정책이 ‘너무 많고 복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업은 많지만 대표 정책이 무엇인지, 무엇이 실제 변화를 만들어내는지 도민들이 체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 새로 추진되는 AI 돌봄 정책 역시 기술 실증과 상징성에 머물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돌봄 인력 부족이라는 근본 문제를 기술이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검증은 아직 시작 단계다.
△ “출산 장려 넘어, 삶의 구조를 바꿔야”
전문가들은 경북도의 정책 방향 자체는 진일보했다고 평가하면서도, 저출생 문제는 ‘지원의 총량’보다 ‘삶의 구조 변화’가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교육, 일자리, 주거, 지역 이동성 등 근본적 요인이 바뀌지 않는 한 개별 지원 정책만으로는 출산 결정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저출생과의 전쟁’은 선언으로 끝나지 않는다. 성과 지표를 넘어 실제 출산율과 인구 구조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경북도의 다음 과제는 정책의 확장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 그리고 체감의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