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경북뉴스통신】정승화 기자=창립 50주년을 맞은 포스코가 잔칫집 분위기에서 하루아침에 초상집 분위기로 바뀌었다.
CEO인 권오준회장이 18일 돌연 사임의사를 밝힌 것. 올해 3월 연임돼 임기 2년을 남겨둔 시점에서 회장이 사퇴의사를 밝히자 포스코는 물론 포항지역사회, 철강업계 전반이 술렁이고 있다.
무엇보다 가장 들썩거리는 것은 포스코 내부. 국내외적으로 철강경기불황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외부적 환경에다 얼마전 포항제철소내 집단 안전사고발생 등으로 이미지 하락에 곤혹을 치렀다.
여기에다 모 고위급 임원의 하청업체 대표와의 부동산거래 연루설 등 온갖 악재에 시달려오다 올들어 창립 50주년을 계기로 이미지 쇄신은 물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온 게 사실이다.
포스코는 최근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대대적으로 개최해 새로운 미래도약을 선언하는가 하면 포항시민들을 초청, 감사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지역과 함께한 반세기를 추억하며 올해를 포스코의 해로 장식하는 붐 조성에 앞장서왔다.
권오준 회장도 50주년 기념사에서 포스코의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며 새로운 도약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느닷없는 권회장의 사임으로 포스코는 또다시 위기에 놓이게 됐다. 역대 정권마다 관행적으로 지속돼온 회장물갈이가 현실화 된 것이다.
이미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여러 채널을 통해 권오준회장과 현정부와의 교감에 문제가 있다는 각종 정보가 흘러나왔으나 막상 권회장이 임기 2년을 남겨둔 시점에서 돌연 사임한 배경을 놓고 볼 때 모든 가설들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형국이다.
포스코는 또 새로운 리더십을 기다려야 하게 됐다. 사실상 민영기업이면서도 영원히 ‘국민기업’의 딱지를 떼지 못하는 포스코의 운명인지 모른다. 급변하는 국내외 경제변화속에서도 아직도 포스코에 의존하고 있는 포항지역 경제계는 일손을 놓고 포스코의 변화만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꼴이다.
대부분이 하청 및 협렵업체의 형태로 포스코와 단일선으로 연결된 형국이기 때문에 포스코 회장의 사임과 신임 회장의 선출은 지역최대의 이슈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포항시도 마찬가지이다. 지역산업구조가 철강단일구조로 편성돼 있고, 그 최고위 정점에 포스코가 있으니 지역사업마다 일일이 포스코에 손을 벌이는 일이 잦다. 심지어 지난 1일 열린 ‘포스코 50주년 미래비전선포식’에서 포스코가 서울에 ‘청소년 창의마당’을 조성하겠다고 하자 포항시가 발끈해다는 후문이다.
이번 기회에 포스코도 진실로 거듭나야 한다. 정권바뀔때마다 CEO가 바뀌는 이상한 관행을 언제까지 되풀이 할것인가. 포스코가 진정한 민영기업으로 거듭나고, 포항시를 비롯한 지역경제단체들도 포스코 의존도에서 벗어나야 만이 진정한 독립경제, 지방자치가 실현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