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출신 김일광 작가가 출간한 역사소설 석곡 이규준
【포항/경북뉴스통신】최소희 기자=포항 영일 임곡마을에서 나고 자란, 조선의 마지막 유의(儒醫) ‘석곡 이규준(1855~1923)’ 선생을 최초로 조명한 책이 출간돼 화제다.
포항 섬안들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삶의 바탕으로 삼고 있는 우리 지역 김일광 작가가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 집필한 결과물이라 더 의미가 깊다.
석곡 이규준 선생은 국권 피탈 과정을 겪으며 백성만이 희망이라 깨닫고 백성들 속으로 들어간 유의였으며 실용을 실천한 선각자였다.
그러나 나라는 백성을 버렸듯이 석곡도 버려, 그를 사문난적으로 내몰았다. 일제의 탄압까지 휘몰아치던 암울한 때, 그는 끝까지 백성을 믿고 섬겼다.
조선이 망한 이유가 군주에게 집중된 권력구조라 보고 주자학의 경전을 다시 해석해 ‘백성이 살아있는 한 나라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한의학계에는 “북쪽에 이제마가 있었다면 남쪽에는 이규준이 있었다”는 말이 있다. 석곡 선생은 사상체질 의학으로 유명한 동무 이제마(1837~1899)와 함께 ‘근대 한의학의 양대산맥’으로 통한다.
선생은 ‘부양론’과 ‘기혈론’을 주창했고 한의학의 경전이나 다름없는 중국의 『황제내경』과 허준의 『동의 보감』을 『소문대요』와 『의감중마』로 재정리했다.
김일광 작가는 『석곡 이규준』(내인생의책)에서 전문적인 유학 사상이나 한의학의 전문지식을 말하려 하지 않았다. 선생이 역사적 혼란기를 어떤 생각과 모습으로 살아갔는가를 이야기하듯이 보여 줄 뿐이다.
▲ 김일광 작가
책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게 우리말이 살아있다. 작가는 선생의 저서를 여러 번 정독해 책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한시 해석도 이야기의 흐름에 맞추어 약간의 변화를 주었다.
김학동 한의학 박사(김학동 한의원 원장)는 추천사에서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느냐의 문제를 가장 중심에 두었던 석곡 선생의 마음중심의학이 오늘날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런 때에 맞추어 나온 석곡 선생의 책이 반갑다. 모든 학문이 백성 섬기기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석곡 선생의 생각이 널리 알려지길 희망한다”고 했다.
“돌아보니 나는 참 다행스러운 삶을 살아왔네. 내가 가난했던 게 다행이었네. 가난을 겪어 보았기에 가난한 백성의 마음을 읽고 그들과 함께할 수 있었네. 집안이 변변치 못하여 스승을 얻을 수 없었던 게 참 다행이었네.
그래서 어느 학파에도 묶이지 않고 자유롭게 공자와 맹자의 가르침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네. 마지막으로 조선의 끝자락에 태어난 것이 참으로 다행이었네. 사문난적으로 몰렸지만 세상 밖으로 쫓겨나지 않을 수 있었다네.”
저자 김일광 작가는 포항과 영일만을 배경으로 글을 쓰는 작가로 유명하다. 그동안 낸 책으로는 <귀신고래>, <조선의 마지막 군마>, <엄마의 바다>, <아버지의 바다>, <물새처럼>, <강치야, 독도 강치야>, <독도 가는 길>, <바위에 새긴 이름 삼봉이>, <호미곶 돌문어>(공저) 등이 있다.
김 작가는 석곡 선생을 ‘먼 바다를 항해하다가 표류한 배처럼 떠돌다 가신 분’이라 했다. 역사의 뒤에서도 표류하다 이제 우리 앞에 나타난 선생의 업적이 허준과 이제마와 더불어 새롭게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이 그 시작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소망해 본다. 석곡 선생은 살아생전 ‘100년이 지난 뒤에야 나의 생각을 이해하고 찾게 될 것’이라 말했다 한다.
어쩌면 이 책 <석곡 이규준>을 두고 미리 한 말이었을 지도 모른다.
【최소희 경북뉴스통신 문화교육데스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