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시 남구 해도동에서 바라본 포항시내전경
【포항/경북뉴스통신】정승화 기자=포항 민심이 심상찮다. 경북도지사 후보를 비롯한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속속 출마선언을 하며 각 캠프별로 왕성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정작 유권자들은 냉랭한 분위기이다. 지방선거가 5개월여 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포항지역의 민심이 갈수록 이반되고, 정치불신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는 이유가 무엇일까.
◇ 심각한 민심이반, 선거이야기도 제대로 못 꺼내는 출마자들
포항시 북구에서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현역시의원 P씨는 요즘 동네를 다니기가 겁난다. 반기는 사람들도 많지만 길에서 마주치는 주민 3명 가운데 1명은 P씨가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지진의 원인과 피해보상문제, 동빈대교 건설문제 등이다. 그럴 때마다 P씨는 대강 얼버무리며 자리를 뜨거나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등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이처럼 지난해 포항에서 발생한 사상유례없는 지진사태와 동빈고가교 건설문제 등 대형악재가 여전히 매끄럽게 풀리지 않은 채 시간이 흘러가면서 지역민들의 민심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특히 지진의 진앙지였던 흥해와 동빈고가교 건설 예정지가 모두 포항북구여서 남구에 비해 북구지역의 민심이 더 흉흉한 것으로 출마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포항시 남구에서 경북도의원에 출마한 K씨에 따르면 남구지역의 경우에도 몇 년 전부터 계속된 철강경기불황으로 일부 기업들이 문을 닫는가 하면 구조조정 여파로 실업자들이 증가하는 등 여러 악재가 있으나 범국가적 흐름으로 인한 것이기에 포항 북구지역의 악재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 출마자들의 각종 선거홍보에도 지역민들은 ‘소귀에 경 읽기’
사실상 지방선거의 포문을 연 것은 경북도지사 후보들이었다. 구랍 12월 19일 김광림 의원을 시작으로 박명재 의원(20일), 이철우 의원(20일), 남유진 구미시장(26일)이 경쟁적으로 출마선언을 하면서 2018년도 지방선거에 불이 붙는 듯 했다. 그러나 새해들어 8일 현재 각 후보들이 출마선언을 한지 15일이 넘었으나 선거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경북도지사 A 후보의 캠프에서 보좌를 하고 있는 S씨는 “포항이 51만의 인구로 경북최대의 도시이기 때문에 선거운동의 초점을 포항에 맞추고 있는데도 지진이나 동빈대교 등 대형악재가 도사리고 있어 솔직히 운동 전략이 먹혀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진피해 보상금 지급과 관련 포항시 공무원노조원들이 지난 3일 홈페이지를 통해 무원칙 행정을 비난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또 지진피해로 한 푼의 예산이 아쉬운 상황에서 포항시가 시 승격 70주년을 기념한다는 명목으로 30억원의 예산을 들여 해맞이 행사장인 포항시 남구 호미곶에 소위 ‘희망대종’을 제작키로 한 것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비난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포항 시민단체 관계자는 “가뜩이나 지진사태와 동빈대교 문제 등으로 민심이 이반돼 있는 상황에서 거액의 돈을 들여 대종을 만든다는 것은 이해하기가 힘든 일”이라며 “포항시가 지역민들의 눈높이에서 행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을 추진하고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 나 홀로 선거운동, 유권자들 ‘냉랭’
이 같은 흉흉한 지역민심은 선거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최근 대구와 경북 지역에 소재한 각 언론사에서 실시한 경북도지사후보와 경북교육감 후보들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들의 절반이상이 출마후보가 누가누군지 아예 인지를 못하는가 하면 후보자 지지성향으로 볼 수 있는 ‘적합도’가 겨우 10%포인트 내외로 나타나 선거에 대한 지역민들의 무관심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여론조사기관 A리서치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TK지역은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사태와 이후 문재인 정부의 대선승리 등 갑작스런 정치지형 변화 등으로 집단 공황상태라고 봐야한다”며 “뿌리깊게 믿어왔던 그동안의 가치와 TK정서를 폐기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이 지역민들로서는 당황스러운 현실”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수년전부터 가속화된 경제적 어려움과 최근 포항지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포항지역민들은 ‘엎친데 덮친격’으로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충격파가 클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신심리 전문가들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대형재난으로 생명을 위협받는 지경에 이른 주민들에게 정치와 선거이야기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며 “피해주민들이 심리적으로 안정을 되찾고, 평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포항시 등 관계기관에서 신뢰와 복지행정서비스로 다가가야 일상으로 회복하는 속도가 빠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북뉴스통신 정승화 취재국장】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