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인 지난 7월15일 봉화군 봉화읍 내성4리 한 경로당에서 발생한 농약사건이 병원에 입원했던 피해할머니 5명가운데 3명이 퇴원함에 따라 조만간 사건의 진실이 드러날것으로 보인다.
보름넘는 기간동안 경북경찰청이 전담반을 편성해 수사한 결과 당초 알려진 점심때 단체로 먹은 오리고기가 아닌 경로당내 커피를 농약의 주요단서로 보고 있다. 또 이날 커피를 마신후 복통증세로 입원한 4명이외에 3일뒤 뒤늦게 같은 증세로 입원한 할머니에 대해서도 자택 내외부 조사를 마쳤다고 밝혔다.
입원한 할머니들 위세척액에서는 살충제 성분인 에토펜프록스와 터부포스 등 유기인제가 검출됐다. 이 살충제성분은 경로당내 특정 용기에서도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동안 이 사건관련자 70명을 일일이 면담조사했으며, 감정물 4백여점 채취, 인근 CCTV 확보등 다각도로 수사를 확대하면서 상당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할머니 3명이 퇴원함에 따라 대면조사를 통해 행적을 살피면 당일 사건의 진위를 통해 사건경위는 물론 범인이 물색될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역시 지난 2015년 상주에서 발생했던 마을회관 ‘농약 사이다사건’처럼 주민들간 갈등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중이다.
만약 이번 사건역시 누군가 고의로 음식물에 농약을 타서 발생한 사건이라면 경북에서만 최근 10년동안 무려 4건의 농촌지역 농약사건이 터지는 셈이다. 왜 인심좋은 농촌사회에서 이같이 끔찍한 사고가 수년사이 잇따라 발생하는 것일까.
이는 현재 농촌사회의 생활환경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인구감소 및 이농현상 등으로 고령자들이 많은 농촌지역은 경로당과 마을회관에서 단체로 식사를 하거나 여가시간을 보내면서 갈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부녀회나 경로당 등에서 연장자를 우대하지 않거나 화투 등을 치면서 갈등을 빚을 경우 분에 못이겨 극단적인 사건을 저지르는 경우가 발생할수도 있다는게 경찰 및 심리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10년간 경북지역 농촌지역에서 발생한 농약사건들 대부분이 이같은 감정의 골 때문에 발생했다. 예컨대 지난 2015년 7월14일 상주에서 발생한 일명 ‘농약 사이다 사건’ 역시 갈등이 빚은 극단적인 사건이었다.
사건을 보면 당일 오후 2시43분쯤 상주시 공성면의 한 마을회관에서 할머니 7명 중 6명이 냉장고에 든 사이다를 마셨다가 2명이 숨지고 4명이 중태에 빠졌다. 경찰수사결과 범인은 유일하게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90대 박모씨로 밝혀졌다.
화투 놀이를 하다 피해자들과 다툰 박씨가 이들을 살해할 마음으로 마을회관 냉장고에 있던 사이다에 농약을 넣어 발생한 사건이었다. 현재 박씨는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국내 최고령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다음해인 2016년에는 청송에서 ‘농약 소주사건’이 발생했다.
그해 3월9일 오후 9시40분쯤 경북 청송군의 한 마을회관에서 주민 2명이 농약이 든 소주를 마셨다. 이 사고로 1명이 사망했고 1명이 중태에 빠졌다. 이 사건의 용의자인 70대 A씨는 경찰의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마을 주민과 불화를 겪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2년뒤인 2018년 포항에서도 ‘농약 고등어탕’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줬다. 그해 4월21일 아침식사로 고등어탕을 먹은 주민 A씨가 구토 증상을 보인 것이다. 조사 결과 평소 주민들과 갈등을 빚던 60대 A씨가 고등어탕에 저독성 농약 150ml를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 농촌에서 발생한 ‘농약음독사건’ 모두가 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던 마을주민이 저지런 사건이라는 동일성을 지니고 있다.
이번 봉화 농약사건의 경우 경찰조사가 나와봐야 최종 진상여부를 알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조사결과로 볼 때 주민들과 갈등을 빚었거나 누군가에게 증오를 느낀 범인이 고의적으로 음식물에 농약을 넣었을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농촌지역 고령층들의 생활특성이 오히려 이같은 중범죄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 될수 있다는게 농촌사회의 또다른 문제거리가 되고 있다. 폐쇄적인 농촌지역일수록 다양한 경로를 통한 소통과 갈등해결을 위한 대책이 선행돼야 이같은 범죄를 사전에 방지할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정승화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