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가 칼부림 나는 거 아니야?”
최근 대구·경북지역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당원들 간 날선 신경전 이야기가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동안 줄곧 보수1당 지역으로, 어쩌면 그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살아오다 세월이 뒤집어져 야당이 여당이 되고, 또 다른 보수가 기존 보수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지경에 이르니 생경한 모습들이 연출되고 있다.
TK의 관습적 고정관념과 이념적 정체성에 고착화된 기성인들이나 기득권층들의 경우 진보세력의 집권과 신보수 출현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다. 오랜 세월 집권층 지역인 TK에서 진보는 하극상 세력이자 같은 하늘아래 살수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이다. 겉으로야 정치란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것이니 뭐 대수냐는 식으로 표정관리를 하지만 속으로는 그렇지 않다.
뿌리 깊은 TK의 관습적 사고는 역사성이지 개인성이 아니다. 조상의 유산이나 유언, 선천적 기질은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내가하는 것이 당연하고, 맞게 여겨지는 것은 진보진영도 마찬가지다. 이유막론하고 보수를 적으로 간주하고 무조건 자기들 이야기만 해대는 그런 이상한 진보주의자들을 만나면 슬프다.
민주는 대화로 풀어야 하는데 조금만 보수적 경향을 보이면 마치 저급한 사람,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하며 눈빛부터 달라지는 그런 진보주의자가 상당수 있다. 하긴 어딜 가도 별의별 사람은 꼭 있으니 일일이 지적할 일은 아니지만 어쨌든 보수라고 다 나쁜 것이 아니고 진보라고 다 옳은 것도 아닌 것이다.
서로의 진영을 이해하고 함께 토론하고 지향하는 바를 대화로 풀어가면 길은 뚫리는 것이다. 이게 민주주의고, 이게 사람 사는 세상의 길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했던가. 박근혜 전 대통령 사태로 촉발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분열이 TK 하부로 내려갈수록 심각한 주민 분열양상을 빚고 있다. 어제까지 함께 이웃사촌으로 지내오던 사람들이 소속 정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같은 보수당이 아니라는 이유로 자생단체 회원에서 배제시키고, 왕따 시키는 일이 실제로 발생하고 있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지역 모 자생단체에서 회원 중 한명이 바른정당 당원이라는 이유로 모임에서 갑자기 배제되는가 하면 같은 연장선상에서 읍면단위 시장 상인회를 이중삼중으로 만드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모두 내년 선거 때문에 발생하는 웃지 못 할 일들이다. 얼마 전까지 이웃으로, 같은 상인으로 수십 년 동안 동고동락해온 사람들이 갈라진 보수정당의 여파로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정치란 생물이란 말이 있다. 어제의 적이 오늘 동지가 되고, 오늘의 동지가 내일 적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만큼 변화무쌍한 것이 정치의 현주소다. 그런데 이웃은 생물이 아니다. 한번 비틀어진 관계를 회복하기란 쉽지 않다. 겉으로야 화해하지만 그 앙금이 쉽게 풀어지겠는가.
갈라선 보수야 붙이면 되지만 쪼개진 이웃을 어떻게 붙일 수 있겠는가.
지금 정치권에서는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의 사퇴로 급작스럽게 자유한국당과의 연대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당대당이니 흡수통합이니 하지만 어쨌든 내년 선거를 앞두고 양 보수당에서 어느 정도 통합에 대해서는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그런데 정치야 그런 식으로 합치면 되지만 이미 쪼개진 지역 주민들 간 불신과 반목은 누가 책임 질것인가. TK 읍면에 사는 촌로들이 감정을 배제한 채 이해득실에만 머리를 굴리는 정치권 인사들처럼 계산을 튕기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지 않은가. 도대체 무엇 때문에 고향이웃들을 이 지경으로 까지 만들어 버리는가 말이다.
구 보수든 신 보수든 TK를 대표하는 정치권은 각성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는 삶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고향 지역구를 방문하기 바란다.
【정승화기자=경북뉴스통신 취재국장/경영학박사,hongikin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