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뉴스통신】 정승화 기자= 단풍이 짙게 물드는가 싶더니 어느새 제법 날씨가 쌀쌀한 게 벌써 겨울 분위기이다. 가을을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는데 을씨년스러운 동장군의 모습이 골목 곳곳에서 어른거린다. 지구온난화 탓인지 가을길이가 예전만 못해 안타깝기만 하다.
한국정치권의 날씨도 이와 같아서 울긋불긋한 형형색색의 가을산과 황금들녘으로 출렁이는 만추의 낭만 보다는 바른정당의 탈당과 분열로 급격하게 얼음장처럼 차가워진 느낌이다.
예견했던 바이지만 지난 8일 마침내 김무성의원을 비롯한 바른정당 ‘통합파’ 8명이 탈당계를 제출하면서 한국정치권의 일대 변화가 시작됐다. 입동(立冬)을 즈음해 벌어진 이번 사태에 대해 무엇보다 TK지역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분명한 것은 이번 바른정당 의원들의 탈당으로 보수의 각도가 상당히 우편향으로 기울게 됐다는 점이다.
보수개혁을 자처하며 자유한국당을 나갔던 소위‘신보수주의자’들이 결국에는 원래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초등학교 때 들고 다녔던 각도기를 기준으로 보면 호기롭게 시작했던 바른정당 출범 당시의 각도가 수직각도인 90도이거나 약간 좌편향이었다면 지금은 우측으로 많이 기운 모습이다. 이번에 탈당한 통합파의 각도가 그렇다는 말이다.
아직까지 유승민 의원을 필두로 한 바른정당 ‘자강파’는 그대로 수직각도를 유지하고 있다. 어쩌면 좌측으로 기운다고도 봐야한다. 국민의당과 어느 정도 데땅뜨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 통합파는 오른쪽이고, 자강파는 왼쪽 각도이다. 모든 것은 각도의 차이다. 보수정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은 지형학적으로 본다면 태생적으로 오른쪽 각도, 굳이 수치로 표현한다면 90~180도 사이인가 보다. 떠난자와 남은자는 지형도 다르고 각도 역시 달라졌다. 그 벌어진 각도 만큼이나 보수의 함정은 깊어질지 모른다.
모든 것을 이쪽 각도에서 바라보면 저쪽은 아예 잘못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좌우를 아우르는, 0도에서 180도까지 바라보는 그야말로 통합의 정치는 물건너 갔다고 봐야 하는 것일까.
우측으로 다시 기운 TK 보수의 각도를 보며, 과연 남은 ‘유승민의 바른정당’과 신보수에서 강건너 구보수의 본집으로 들어간 ‘김무성의 귀향’이 앞으로 어떤 정치결과를 낳을지 혼돈스러운 시간들이다. TK 지역민들에게 벌써 겨울이 시작된것은 바깥 날씨만은 아닐성 싶다.
【경북뉴스통신 정승화 취재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