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진보논객으로 이름을 날렸던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강준만교수의 신작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책 부제 ‘권력자는 민주주의를 어떻게 파괴하는가?’와 ‘부패는 권력의 숙명인가?’ 등을 보면 이책이 어떤 내용으로 구성됐는지를 잘 말해주고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강교수와 일면식도 없지만 언론을 통해 그의 철학과 지성, 가치관을 접하고 있기에 인품적으로나 학식·도덕적으로 매우 본받을 만한 교수로 그를 몇 손가락안에 꼽는다.
그렇다고 해서 칼럼을 통해 그의 책을 홍보하고자 하는 의도는 추호도 없다. 다만 소위 진보정권이 권력을 잡고 있는 이 시대에 상대적으로 진보적 교수로 알려진 강준만 교수가 권력의 속성을 논하는 책을 펴냈다는 자체가 흥미로운 사실이다.
이책을 보면 문재인 정권의 속성에 대해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훗날 권력 연구에 큰 기여를 한 정권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조국사태’이후 벌어진 일련의 크고작은 정치적 전쟁은 수많은 명망가를 권력투쟁의 졸(卒 ) 또는 사적 이해관계나 정실에 얽매인 ‘부족주의 전사’로 전락시키는데에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은 이런 진단에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온갖 아름다운 대의(大義)를 내세우면서 자신의 옮음과 선함을 강변할 것이다〈중략〉」
강교수가 이책 머리말에 쓴 내용이다. 이 내용만 봐도 이책은 살아있는 권력인 문재인 정권을 해부한 책이 분명하다. 결론은 제목처럼 권력이 사람을 변화시키고, 권력의 맛을 쫒는 이들이 한때 민주화운동을 했었지만 오히려 지금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파괴자’로 둔갑한다는 것, 또 어떠한 권력도 결국은 부패할 수밖에 없다는 권력의 속성을 정연한 논리와 사례들로 구성한 것이다.
“저 사람 안그랬는데 권력 맛을 보더니 달라졌네” 라는 구절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도 한두번은 경험할만한 일이다. 가깝게는 지방의원들도 하나의 권력자들이다.
기초위원과 광역의원들은 지방자치제에 있어 지역주민들을 대변하는 봉사자이지만 실제 이들이 누리는 권력의 내용은 막강하다. 예산수립에서부터 집행부의 예산집행에 대한 감시, 지역구 숙원사업 등의 표면적 권한과 역할도 있지만 속내를 보면 권력의 표상인 ‘뱃지’를 달고 인사개입과 잇속챙기기 등 검은거래를 하다 적발된 사례도 부지기수이다.
뿐만인가. 아직까지 그 고리를 풀지못하고 있는 지방의원들의 ‘공천권’도 권력의 속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 지방자치를 위한 시도의원들에게 공천권을 부여함으로써 사실상 지역구 공천권을 거머쥔 국회의원들이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장· 군수들이 내정하는 형태는 아직까지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보수야당 공천권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니 의회진출을 꿈꾸는 이들이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시장·군수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행태를 어렵지 않게 볼수 있다.
강교수의 말처럼 이 모든 것이 ‘권력’이라는 유령이 만들어내는 현상들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결국 세상이 변하고 문명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권력과 힘을 쫒는 인간의 욕망은 변하지 않는 듯해 허무해지는 가을이다. (정승화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