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소희 동화작가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가을이 물들었다. 그 세찬 비바람에도 견뎌낸 저 낙엽들, 오롯이 이 가을을 채색하기 위한 견딤이었을까, 타자가 아닌 스스로의 의지로 물들고 있는 것은 신의 섭리. 별빛에서 뚝뚝 떨어진 핏빛 단풍, 천년고목에서 뿜어내는 노란은행잎의 향연, 도대체 이 세상을 창조한 이는 어떤 고뇌 속에서 몸부림쳤을까.
신이 세상을 창조했다면 동화는 인간이 창조하는 아이들의 세상이다. 어린이들의 꿈과 사랑, 우정과 갈등의 모양을 채색해 그 속에서 봄과 여름, 가을, 겨울을 창조하는 이들이 동화작가이다. 신이 창조한 가을에서 새로운 아이들의 계절을 만드는 동화작가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양일까.
전반적인 사회풍토처럼 한국출판계에도 코로나 19한파가 여지없이 불어닥쳐 어려움을 겪는 이때 눈길을 사로잡는 장편동화 ‘누가 이무기 신발을 훔쳤을까?’를 펴낸 최소희 동화작가를 만났다.
완연한 가을 날씨처럼 얇은 갈색의 서정적 이미지를 지닌 그녀와의 산책은 마치 동화속으로 걸어가는 듯한 환상을 불러일으킬 만큼 순수한 아이들의 세계와 동심으로 가득찬 듯 했다.
최작가가 문단의 주목을 받는 것은 그녀가 한국동화계의 산실로 불리는 경북 포항에서 작고한 손춘익 선생과 현역 중견 동화작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동화 ‘귀신고래’, ‘엄마라서 행복해’의 저자 김일광 선생의 맥을 잇는 다는 점이다.
최작가는 “포항이라는 중소도시에서 거주하며 창작활동을 하다보면 서울보다 정보를 접하는 게 아무래도 적을 수밖에 없지만 아이들의 동심의 세계를 그리는 동화창작에 있어 지역과 중앙의 차이는 없다”며 “무엇보다 포항은 돌아가신 손춘익 선생님과 아직도 왕성한 집필활동을 하시는 김일광선생님이 동화의 터전을 닦아놓아 후배들이 보다 쉽게 동화의 세계를 접할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첫 장편 창작동화를 펴냈지만 최작가가 걸어온 길을 보면 그리 녹록치 않다. 그녀는 지역출신이면서도 중앙문단을 통해 등단한 실력파. 지난 2012년 아동문학분야 권위지인 「어린이와 문학」에 ‘우리 동네 한바퀴’, ‘날아라 철수야!’. ‘물파스 주식회사’ 등 3편의 동화가 추천돼 한국문단에 입성한 그녀다.
“운이 좋았다고 봐요. 학창시절부터 글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지만 막상 제가 중앙문단으로 등단하리라 생각 못했는데 3편의 동화가 추천돼 작가란 타이틀을 달게 되니 참 감개무량했습니다. 아이들의 세상에 좀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꿈과 사랑을 짓는 것이 주어진 임무 같아요”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엷은 단풍잎사이로 한차례 가을바람이 스쳐지나가는 틈을 이용해 그녀의 어린시절과 학창시절을 물었다.
“원래 태어나서 자란 곳은 경북 예천이에요. 예천초등학교 6학년2학기에 포항으로 이사왔으니까 저의 동화세계는 사실상 예천이라고 봐야죠. 학교옆 서본리에 고향집이 있었는데 돌아가신 할머니가 점심시간때면 도시락을 가져다 주던때가 생각이 납니다. 동생들과 뛰어놀던일, 친구들과의 소꿉놀이 등 모든 저의 어린시절이 제 작품의 밑바탕이 되었지요”
한양대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최작가는 대학졸업이후 일간지 문화부기자, 방송국 작가 등을 거쳐며 늘 글쓰는 일을 해왔다고 회고했다.
올해초에는 아동문학 전문 계간지 「어린이와 문학」 봄호에 그녀의 창작 청소년 소설인 ‘달려라 버미’가 게재될 만큼 중앙문단에서도 인정하는 실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그녀의 창작활동은 「햇살」동인들과 함께하고 있다. 중견 동화작가 김일광 작가와 제자들로 구성된 「햇살」동인들은 저마다의 동화세계를 구성한후 함께 토론하고 작품을 평가하는 활동으로 한발씩 나아가고 있다고 한다.
“포항이 일출의 고장이잖아요. 우주의 모든 생명들에게 골고루 아낌없이 나눠주는 햇살처럼 아이들에게 다양한 세상의 이야기와 꿈을 지어주기위한 동인들의 모임입니다. 앞으로 햇살동인들중에서 훌륭한 작품들이 많이 나올 거라 기대하고 있어요”
태풍이 지나간 자리, 그곳에서 흩날리는 낙엽, 코로나 19가 우리들 삶을 뒤흔들어도 변치않는건 꿈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어린이들의 꿈을 디자인하는 최소희 동화작가와의 산책이 바로 꿈을 발견하는 시간들이었다.
〈김명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