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포항다문화협회 박용곤 회장
【KNC 뉴스】정명교 기자=프랑스의 소설가 알베르 카뮈(Albert Camus)는 그의 첫 소설 「이방인」에서 인간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자기자신과 사회에 대해 낯설게 느끼는 자’로 정의할 수 있는 이방인이 우리 곁에는 없을까.
제2의 인생, 결혼을 통해 한국에 정착한 이방인들. 우리사회가 명명한 ‘다문화가정’이 어쩌면 지금 이 시대 이방인의 모습들인지 모른다.
그들 이방인들에게 이곳 한국이 낯선 사회가 아닌 함께하는 사회, 동질적 삶을 살아가는 공동체 세상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위해 10년째 다문화가정의 든든한 후원자를 자임하고 있는 (사)포항다문화협회 박용곤 회장(54)의 땀방울이 박수를 얻고 있다.
전통적 양반문화, 보수문화가 짙게 드리운 한국사회에서 국제결혼을 통해 가정을 이룬 다문화가족들이 물과 기름처럼 ‘이방인’의 쓸쓸함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같은 홀대적 시선도 이제 사라질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다. 농어촌지역을 중심으로 다문화가정이 급속도로 늘어 이제 변방문화 취급을 받아온 다문화가정의 삶이 농어촌 가정의 보편적 모습으로 정착되고 있는 사회현상 때문이다.
다문화가정의 급증은 시대상황에 기인한듯하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혼인적령기를 놓친 농어촌지역 미혼남성 위주로 국제결혼으로 탄생하는 다문화가정이 일종의 문화처럼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다문화가정은 지난 1990년대 이후 꾸준히 증가해 2010년 기준 국내다문화가정은 38만6977가구에 육박하고 있다. 현재는 40만 가구를 상회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포항다문화 축제 홍보책자
한국인 남성과 베트남, 중국, 필리핀, 일본, 캄보디아, 태국 등 아시아권 여성의 결혼이 대부분인 다문화 가정은 그래서인지 언어적 소통문제와 문화적 차이, 사회적 편견 등 넘기힘든 경계선으로 육아 및 자녀교육에서 심각한 갈등을 겪거나 심하면 부부갈등으로 이어지는 고질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사단법인 포항다문화협회는 이 같은 다문화가정의 ‘이방인’적 외로움을 없애고 보편적 한국가정의 모습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염원으로 초대 조운래 회장과 뜻있는 다문화가정 남편들의 주도로 지난 2008년 12월 창립됐다.
“포항다문화협회는 우선 회원인 다문화가정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회원상호간 상부상조 환경을 조성하고 인권보호, 문화예술 및 봉사활동 등을 통해 안정적인 정착에 그 목표를 두고 있죠."
현재 포항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다문화 가족은 약 1천8백여 가구. 그들 모두가 다문화 회원으로서 함께 봉사와 문화활동을 해나가고 싶지만 현실적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참석하지 못하는 가정들이 많다고 한다.
박회장은 “포항다문화협회는 지난 2009년 제1회 포항다문화축제를 개최해 지난해까지 10년째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며 “농촌봉사활동과 도배봉사. 용평난타봉사단, 다문화 새마을 봉사단 등 다양한 봉사체험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주변의 다문화가족들이 카뮈의 소설처럼 ‘이방인’의 쓸쓸함을 느끼지 않도록 공동체적 삶속으로 불러들이는 것은 박회장만의 몫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