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선 포항시장이 취임한 뒤 포항의 새로운 도시 발전 방향을 구상하는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앞으로 포항을 어디까지 확장하고, 어느 지역을 개발하며, 산업과 주거·상업 기능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는 새 시정이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다.
그런 점에서 새롭게 구성된 포항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의미는 가볍지 않다. 도시계획위원회는 단순한 자문기구가 아니다. 도시기본계획과 도시관리계획을 비롯해 용도지역 변경과 각종 개발행위 등 토지의 가치와 도시의 미래를 좌우할 민감한 사안을 심의하는 핵심기구다.
예컨대 위원회의 판단 하나가 특정 토지의 가치를 크게 바꾸고 수백억, 수천억원대 개발사업의 향방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본다면 전문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공정성과 독립성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새롭게 출범하는 포항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시작부터 영 신통찮다. 민간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도시개발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질 가능성이 있는 건설·개발업계 관계자들이 포함돼 있는가 하면 심지어 지역 언론계 인사까지 버젓이 올라가 있다.
물론 건설업계에 몸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도시계획위원이 될 수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의 경험이 도시계획 심의에 도움이 될 수도 있으며, 언론인 역시 지역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에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도시계획위원회라는 기구의 특수성과 시민에 미치는 영향력 때문에 혹여 있을지 모르는 우려는 원천차단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 대다수 여론이다. 특히 민간 도시계획위원은 단순히 개인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이 아니므로 공무수행 과정에서 사적 이해관계가 발생할 경우 신고하고 회피해야 하며,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이나 미공개정보를 사적 이익에 이용해서도 안 될 것이다.
그런점에서 엄연히 이해관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개발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현직 임원이나 행정권력을 감시하고, 사회의 공기(公器)역할을 해야 하는 언론인이 도시계획위원으로 참여하는 것 자체가 이해불가의 일이다. 당장 포항시 도시계획위원의 면면이 알려지자 시민 들 입장에서는 “심판과 선수가 너무 가까운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터져나오고 있는게 그 반증이다.
더구나 이번 도시계획위원회는 박용선 시장 체제에서 새롭게 출범한다는 상징성이 있다. 새 시장이 포항의 미래 도시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시민들의 관심이 높은 시점에서, 그 첫 밑그림을 심의할 위원회가 출범부터 이해충돌 논란에 휘말린 것은 새 시정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 시장이 강조해야 할 것은 개발의 속도만이 아니다. 어떤 개발을 누구를 위해 추진하며 그 과정이 얼마나 투명하고 공정한지를 시민에게 보여주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특히 도시계획은 한번 결정하면 수십 년간 도시의 모습을 바꾸기 어려운 분야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박용선 시장과 새로운 포항시정은 굳이 많은이들로부터 의심의 눈총을 받지 말고 지금이라도 위원 구성 자체를 다시 검토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새로운 포항을 첫장부터 어지럽히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충언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