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 한울원자력본부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옮기던 중 방사성 물질인 붕산수가 외부로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발생 사실이 20여 일간 알려지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 사회는 뒤늦게 사고를 인지하고 진상 규명과 정보 공개를 촉구하고 나섰다.
울진군의회와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에 따르면, 지난 8월3일 오전 10시 16분 신한울원전 2호기 보조건물 내에서 한울 6호기의 사용후핵연료를 사용후핵연료저장조로 옮겨 보관하기 위해 준비하던 중 현장 운전원의 조작 실수로 붕산수 일부가 외부로 누출됐다. 붕산수는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는 용액으로, 방사능을 띠고 있다.
한울원자력본부는 누설 직후 확산을 막고 누출된 붕산수를 제염지로 전량 수거해 관리구역 내부로 회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붕산수가 새어 나온 보조건물 외부 지역의 출입을 통제하고, 표층 아스콘과 일부 콘크리트를 걷어내는 제염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한울본부는 제염 작업 이후 주변 방사능 수준을 측정한 결과 자연방사선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문제는 사고 발생 사실이 그동안 지역사회에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사고는 울진군의회 원전관련특별위원회, 한울원전환경감시위원회, 한울원자력안전협의회 등 3개 단체가 27일 공동 성명을 내면서 비로소 외부에 알려졌다. 한울원자력본부는 이들 단체의 문제 제기가 나온 뒤에야 답변자료를 통해 사고 경위를 설명했다.
3개 단체는 이날 성명에서 "사고 발생 사실과 안전 정보가 지역사회에 신속하고 충분히 공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수원에 사고 경위와 책임 소재를 명백히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방사선 영향 △발생 원인 △누출량과 누출 범위 △회수·처리 과정 △안전성 평가 결과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또 "붕산수 누출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경위와 정보공개 판단 과정, 책임 소재를 밝히고 사고 조사를 위한 주민 참여 조사기구를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한수원에는 관련 자료의 투명한 공개를, 한울본부에는 원전 호기 간 사용후핵연료 이송 중단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울원자력본부는 "붕산수 누설 건은 관련 법규에 따른 보고 대상에 해당하지 않고, 지역 환경감시위원회 통보 대상 항목에도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또 "성명 내용처럼 도로 위에서 이동하던 중 붕산수가 누설된 것이 아니라 저장조 내부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누출 경위를 재차 설명했다.
한울본부는 "그동안 사용후연료 인수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 적은 없었으며, 이번 누설은 인적 실수에 의한 것으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법정 보고 대상 사건에 국한하지 않고, 주민 눈높이에 맞춰 안전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울진 한울원전은 그동안 각종 고장과 사고가 잇따르며 지역 사회의 불신이 누적돼 왔다. 한울 4호기는 2011년 12월 증기발생기 전열관 수천 개에서 균열이 확인돼 정비에 들어간 바 있으며, 앞서 2002년에도 전열관 파열로 백색경보가 발령된 적이 있다.
2016년 12월 20일에는 한울 5호기에서 냉각수가 격납용기 내부로 미량 누설되는 사고가 발생해 발전이 긴급정지되기도 했다. 당시 한수원 측은 누설량이 극미량이고 격납용기 내부에서 발생해 방사능이 외부로 누출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울원전은 국내 원전 중 고장에 따른 가동 정지 건수가 가장 많은 발전소로 꼽혀온 이력도 있다.
이번 붕산수 누출 사고는 방사성 물질이 원전 부지 외부로까지 새어 나온 사례로, 그동안의 내부 누설 사고들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지역 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울진군의회 등은 사고 발생 후 정보 공개까지 걸린 시간과 판단 과정을 규명하는 것이 향후 조사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수원이 이번 요구에 어떤 방식으로 응답할지, 주민 참여 조사기구 구성 여부 등에도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