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칼럼] 재정위기에 포스코 파업까지, 이중고에 빠진 포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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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재정위기에 포스코 파업까지, 이중고에 빠진 포항시

기사입력 2026.09.10 15:21    정승화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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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가 창립 58년 만에 처음으로 멈춰 섰다. 정확히는 전면 중단이 아니라 일부 공정의 48시간 부분파업이지만, 그 상징성은 결코 가볍지 않다. 

 

1968년 영일만 모래벌판에서 시작된 이 회사는 포항이라는 도시의 정체성 그 자체였다. "포스코가 기침하면 포항은 몸살을 앓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지역 경제와 포스코의 운명은 한 몸처럼 얽혀 있다. 그런 포스코에서 파업이라는 낯선 단어가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포항이 받은 충격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임금 몇 퍼센트를 둘러싼 노사 갈등으로만 읽어서는 곤란하다. 노조가 내세운 의제를 들여다보면 임금 인상률 격차(7.1%대 2.0%) 이면에 인력 부족, 노후 설비 안전, 협력업체 직접고용 과정의 소통 부재 같은 문제들이 함께 얽혀 있다. 

 

김성호 노조위원장의 "58년간 쌓인 분노가 폭발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닐 수 있다. 고도성장기 국가대표 기업으로 앞만 보고 달려온 조직 특유의 관행과 현장의 피로가 누적된 결과라면, 이는 이번 임단협 한 번으로 봉합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회사 측 역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철강 시황 부진으로 경영이 악화한 상황"이라는 항변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중국의 공급과잉과 미국발 관세 장벽이라는 이중고 속에서 대규모 인건비 상승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사정도 이해할 만하다. 노사 양측 모두 나름의 논리를 갖고 있는 셈이고, 바로 그 지점이 이 갈등을 쉽게 풀 수 없게 만드는 이유다.

 

문제는 이 싸움의 '제3자'가 너무 많고, 그 제3자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 지나치게 크다는 데 있다. 협력업체는 포스코의 생산·출하 일정에 목줄이 매인 채 파업 장기화 여부만 지켜봐야 하는 처지다. 근로자 소득이 줄면 소비가 줄고, 그 여파는 고스란히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으로 번진다. 

 

하필 추석을 코앞에 두고 벌어진 일이라 체감 충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포항시가 파업 당일 곧바로 긴급 대책위원회를 소집하고 고용·금융·세제·지역화폐 지원 방안을 언급한 것은 신속한 대응이라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지만, 사실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은 구조적으로 제한적이다. 협상 테이블에 앉을 권한도, 임금 결정권도 없는 포항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결국 '피해 최소화'와 '모니터링'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더 아프게 다가오는 것은 타이밍이다. 박용선 시장은 취임한 지 두 달여 만에 이 사태를 맞았다. 그것도 지난달 재정 비상 상황을 선포하고 경상경비 삭감과 대규모 사업 재검토라는 허리띠 졸라매기에 들어간 직후다. 

 

재정자립도가 19%대로 떨어지고 지방채가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지역 최대 기업의 노사 리스크까지 겹친 것은 새 시정으로서는 견디기 힘든 이중의 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화려한 해법이 아니라 얼마나 침착하고 일관되게 상황을 관리하느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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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태가 남기는 진짜 숙제는 파업이 끝난 뒤에도 남는다. 포항은 오랫동안 '철강 도시'라는 정체성에 안주해 왔다. 그러나 포스코 하나에 지역 경제의 명운을 걸어야 하는 구조 자체가 이미 위험 신호였다. 철강 업황은 국제 정세와 글로벌 공급망에 따라 언제든 출렁일 수 있고, 이번처럼 노사 관계라는 내부 변수까지 더해지면 그 충격은 배가된다. 

 

지역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산업 다각화 논의가 이번 기회에 다시 힘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바이오, 이차전지 소재, 수소 등 포항이 그간 추진해 온 신산업 전환 노력이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이런 위기의 순간이야말로 그 절박함을 되새기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당장은 노사가 대화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다. 16일로 예고된 2차 파업까지 이어진다면 그 파장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커질 것이다. 

 

노사 모두 "파업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말에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할 시점이다. 그리고 이 위기가 지나간 뒤에도, 포항은 "포스코가 기침하면 몸살을 앓는"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한 근본적인 고민을 미뤄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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