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도시 포항의 하늘길 하나가 또 사라진다.
오는 10월 25일부터 포항경주공항과 김포공항을 오가는 항공편 운항이 중단된다. 포항과 서울을 직접 연결하던 유일한 항공노선으로, 2020년 7월 운항을 재개한 지 6년여 만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이용객이 줄었고 적자가 누적됐다. 경북도와 포항시 등이 매년 보조금을 지원했지만 연간 30억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했고, 진에어가 지난 6년여 동안 떠안은 누적 적자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역에서 서울까지 2시간30분대에 갈 수 있는 KTX가 수시로 운행되는 상황에서 하루 한 차례 오가는 항공편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경제 논리만 놓고 보면 항공사의 운항 중단을 탓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번 단항을 적자 노선 하나가 없어지는 문제로만 바라보기에는 지금 포항이 처한 상황이 가볍지 않다.
포항은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끈 대표적인 공업도시다. 포스코를 중심으로 철강산업이 성장하면서 전국에서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몰려왔고, 기업이 성장할수록 상권과 주택, 교육과 문화도 함께 커졌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반대다. 포항의 주민등록인구는 2015년 11월 52만160명을 정점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23년 50만명 선이 무너졌고, 올해는 48만명대까지 내려왔다. 정점과 비교하면 3만명 넘는 시민이 줄어든 셈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숫자 자체보다 인구 구조다. 젊은 경제활동인구는 줄고 고령인구는 빠르게 늘고 있으며, 최근 10년간 포항의 순유출 인구 상당수가 청년층에 집중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포항 경제의 버팀목인 철강산업 역시 글로벌 공급과잉과 수요 둔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철강경기 침체가 고용 감소로 이어지고, 일자리가 줄면서 청년이 떠나고, 인구 감소가 소비 위축과 상권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로 오가는 하늘길마저 끊긴다. 항공노선 하나가 사라진다고 포항 경제가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민들이 느끼는 심리적 위축은 결코 작지 않다. 도시에는 경제적 경쟁력 못지않게 ‘도시의 자신감’이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들어오고 사람이 모이며 교통망이 늘어나는 도시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준다. 반대로 사람이 떠나고 공장이 어려워지고 상가가 비며, 있던 교통편마저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하면 시민들 사이에는 ‘우리 도시가 점점 작아지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불안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특히 포항은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기업과 연구기관, 포스텍, 해병대 등이 자리한 도시다. 기업인과 연구자, 군 관계자, 시민들의 수도권 이동 수요가 적지 않은 만큼 철도와 항공을 함께 갖춘 다양한 교통 접근성은 도시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다.
그렇다고 매년 수십억원의 세금을 투입해 이용객이 적은 항공노선을 무조건 유지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보조금만으로 적자노선을 연명시키는 방식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오히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근본적인 질문이다. 왜 포항을 찾는 사람과 머무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는가.
항공노선을 살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도 결국 포항을 찾는 사람을 늘리는 것이다. 기업이 투자하러 오고, 청년이 일자리를 찾아오고, 연구자가 연구하러 오며 관광객이 여행하러 오는 도시가 된다면 항공 수요 역시 자연스럽게 생긴다.
결국 공항의 문제는 교통만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과 일자리, 인구의 문제다.
포항은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지키는 동시에 이차전지와 수소, 바이오, AI, 첨단소재 등 신산업을 실제 기업 투자와 양질의 일자리로 연결해야 한다. 특히 청년들이 포항에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일자리와 주거, 교육, 문화 등 정주여건을 함께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도시의 쇠퇴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지 않는다. 일자리가 조금씩 줄고, 청년이 떠나고, 상가가 문을 닫고, 학교 학생이 줄며, 이용객이 감소한 교통편이 하나씩 사라지는 과정이 쌓이면서 도시의 활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김포행 비행기 한 편이 사라지는 일을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없다. 이번 단항을 포항이 지금 무엇을 잃고 있는지 되돌아보게 하는 하나의 경고음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포항이 다시 찾아야 할 것은 비행기 한 편만이 아니다.
사람이 찾아오고, 청년이 머물고, 기업이 투자하며 시민들이 다시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도시의 활력과 자신감이다.
그것이 끊어진 하늘길을 다시 잇는 가장 확실한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