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도시 포항이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됐다.
정부가 포항에 지원의 안전망을 펼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과거 조선업처럼 지역경제가 파탄에 이른 후에야 수습에 나섰던 전례를 생각하면, 산업 붕괴의 조짐이 나타나기 전에 정부가 나섰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글로벌 공급과잉과 중국발 저가 공세, 여기에 더해 미국의 관세 폭탄까지 겹치면서 국내 철강산업의 심장인 포항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놓였다. 779개 기업과 2만 1천 명이 종사하는 거대 산업단지가 뿌리부터 흔들리는 상황에서, 이번 지정은 위기에 처한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절박한 조치이자, 대한민국 제조업 전반의 위기를 산업정책 차원에서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책이 만능 통치약이 될 수는 없다. 이번 지정은 어디까지나 ‘선제적 대응’이다. 말 그대로 ‘골든타임’을 벌어준 것에 불과하다. 긴급경영안정자금이나 보조금은 당장 기업들의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지만, 글로벌 철강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진정한 해법은 될 수 없다.
중국이 여전히 저가 철강을 쏟아내고 미국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관세 장벽을 높이는 상황에서, 보조금은 잠시 출혈을 막을 뿐 장기적인 경쟁력을 보장하지 않는다. 지금 포항에 필요한 것은 단순히 돈을 퍼붓는 단기적 부양책이 아니라, 철강산업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위한 장기적인 전략이다.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은 포항에게 마지막 생존 시험대와도 같다. 정부의 지원을 발판 삼아 산업 구조를 고도화하고, 고부가가치 철강 제품 개발에 집중해야 한다. 범용 철강 제품 시장은 이미 ‘레드 오션’이 된 지 오래다.
일본의 철강 기업들이 자동차용 경량 철강재나 첨단 항공 소재 등 특수강 시장으로 눈을 돌렸듯이, 포항의 철강사들도 고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나아가 철강산업을 넘어 이차전지, 수소 등 미래 첨단 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 포항은 이미 차세대 배터리 소재 관련 기업을 유치하며 성공적인 산업 다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철강산업의 위기를 미래 산업 전환의 기회로 삼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포항이 이번 위기를 단순한 난관으로 끝내지 않고, ‘대한민국 제조업 재도약의 심장’으로 다시 뛰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뿐 아니라 기업과 지자체의 강력한 혁신 의지가 필수적이다.
포항은 이미 숱한 위기를 극복하며 대한민국 경제의 기적을 일궈낸 도시다. 이번 위기 역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부의 지원이 마중물이 되어 포항이 더 강하고 유연한 도시로 거듭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