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영일만대교 예산 전액 삭감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26일, 포항시청 앞 광장에서 국민의힘 소속 포항시의원들이 성명서를 발표했다. 단상도, 확성기도 없이 맨목소리로 ‘이재명 정부의 지역 차별’을 성토했다. 그들의 울분은 진심이었다.
그러나 거꾸로 말하면, 한 나라의 대형 국책 SOC 예산 문제를 놓고 지방의 기초의원들이 맨몸으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이 현실이야말로 TK 정치의 무기력한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이틀 전, 김정재·이상휘 의원은 국회에서 공동성명을 내고 "영일만대교 예산 1,821억 원 전액 삭감은 이재명 정부의 TK 홀대"라고 밝혔다.
뒤이어 지방의원들까지 거리로 나섰다. 국민의힘 소속 지역구 국회의원과 포항시의원들이 "불용 가능성 운운은 궤변"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정작 이재명정부는 단 한 줄의 설명 외엔 코대답도 하지 않고 있다. 중앙은 조용하고, 지역만 떠들고 있는 형국이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 포항 지역위원회는 "여당일 때 해결 못한 책임을 야당 탓으로 돌린다"고 반격했다. 영일만대교 예산 삭감 문제가 뜬금없이 지역에서 정치적 당파싸움으로만 소모되고 있다. 대통령 공약은 여전히 표지판에만 남아 있고, 영일만을 가로지를 교량은 설계도 위에서 멈췄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이 모든 난맥의 책임은 이제는 야당이 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모두에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당시 이 사업의 본격화 시점에서 노선을 재검토하며 시간을 흘려보냈고, 처지가 뒤바뀐 이재명 정부는 ‘불용 가능성’이라는 명분 아래 단칼에 예산을 잘랐다.
여야가 번갈아가며 TK 지역을 이용했을 뿐, 진심으로 챙기려 했던 흔적은 찾아볼수 없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TK 정치권 내부다. 정권을 잃자마자 곧바로 지역 예산이 삭감되는데도 이를 막아낼 정치적 무게감 있는 인사가 전무하다는 것.
김정재, 이상휘 의원은 목소리를 높이지만, 여권 시절 국회 예산위와 국토위에서 확실한 예산 확보에 성공하지 못했고, 결국 정권 교체 후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무능의 자기고백’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국회의원들이 예산 문제를 제기한 다음날, 지방의원들이 또다시 성명을 내는 모습은 포항 정치권이 하나의 전략적 대응조직이 아닌, 산개된 분노의 조각들에 불과함을 보여준다.
대형 국책 사업을 지켜야 할 정치력의 최전선이 시의회 앞 플래카드에 머문다니, 이 얼마나 씁쓸한 일인가. ‘TK 홀대론’은 이제 정치적 프레임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국책 사업은 계속 보류되고, 예산은 잘려나가고, 수도권과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진다.
그러나 정작 이를 돌파할 정무적 능력, 국회 내 교섭력, 대통령실과의 소통 채널 어느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을 이들은 지금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것이다.
포항 시민들은 묻고 있다. “영일만대교는 어디로 갔는가.” 그 답은 단순히 정부 탓만 해선 나오지 않는다. 지역 정치가 수도권 정치의 뒷전으로 전락한 지금, TK는 분노보다 전략이 절실하다. 그리고 그 전략은 정쟁이 아닌, 예산을 되찾아오는 실력에서 비롯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