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이 일주일 남짓 남았지만 TK(대구경북)지역에서는 별 감흥이 없다. 보수텃밭이라는 말처럼 사실상 ‘공천이 곧 당선’으로 귀결되는 지역에서 선거결과는 뻔한 것이다.
한때 친박의 좌장이었던 경산의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무소속으로 출마해 그 결과에 관심을 기울일뿐 사실상 TK지역 25개 선거구 가운데 24개 선거구는 이제 총선시간만 기다리면 될 뿐 특이사항이 없는 형국이다.
역대총선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늘 있어왔지만 이번 총선에서 유독 재미없는(?) 선거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는 것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현역중심의 공천이 주 원인이다.
선거때마다 TK지역에서는 절반이상 선수교체가 이뤄졌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반대였다. 현역 절반이상이 재공천을 받은 것이다.실제로 4년전인 21대 총선에서 TK현역 교체율은 64%였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의 전국 현역 교체율 43.5%보다 웃도는 수치였다. 보수텃밭인 까닭에 TK지역 국회의원 비율이 높아 교체대상도 많을 수밖에 없지만 어느누구를 공천하더라도 낙선의 위험이 거의 없어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는 반대였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이끄는 국민의힘 공천이 ‘시스템공천’으로 조용한 공천을 내걸자 결과적으로 현역의원들에게 유리한 공천으로 작용한 것이다. TK 25개 선거구 가운데 16곳이 경선으로 공천후보를 선정했는데 대부분 현역의원들이 압승했다.
예컨대 선거구조정으로 난항을 겪었던 ‘의성·청송·영덕·울진’ 선거구의 경우에도 다선의원이자 국민의힘 최고위원출신이었던 김재원 전의원이 선거구를 옮겨 출마한 초선 박형수 의원에게 경선고배를 마셨다.
박의원의 경우 ‘영주·영양·봉화·울진’ 선거구에서 4년전 처음 당선됐으나 고향인 ‘울진군’의 선거구편입으로 뒤늦게 옮겨갔음에도 김재원 전 최고위원을 꺾어버린 것이다. 그만큼 현역강세가 최고점에 달하고 있다.
희한한 일은 역대선거와 달리 탈당후 무소속 출마도 거의 없다는 점이다. 포항과 영천 등 일부지역에서 컷오프 당한 예비후보들이 탈당후 무소속출마를 강행하고 있으나 과거에 비해 그 목소리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지역정치권에서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국민의힘이 집권여당이기 때문에 탈당하는 후보들이 크게 즐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TK지역의 특성상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을 탈당하면 재기를 할수 없다는 점도 각 후보들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불만이 있어도 이를 적극적으로 표출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이번 국민의힘 시스템 공천은 처음부터 처녀출마하는 초선후보들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공관위가 현역의원들의 선수에 따라 패널티를 적용했지만 인지도측면에서 알려지지않은 초선후보들이 현역의원들을 이길수는 없는 게임이었다는 것이다.
일반여론 50%, 당원 50% 여론조사를 통해 경선후보를 결정함에 있어 ‘서울TK’들이 단시간에 지역민들의 지지를 얻어내기란 원초적으로 힘들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TK 16개 경선지역에서 대구2곳과 경북1곳 등 3곳에서만 현역이 패하고 13개 선거구에서 현역의원들이 압승하는 결과를 낳았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이 야당이 요구한 김건희여사 특검법안 발의 때문에 현역의원들을 대부분 재공천했다는 근거없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으나 지금까지 경선추이나 그 결과를 보면 결국 초선진입장벽이 그만큼 높았다는 점은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다.
또 하나의 이채로운 점은 단수추천 지역에서도 큰 반발은 없이 조용하게 지나갔다는 점이다.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 변호사인 유영하 변호사 단수추천을 두고 청와대나 한동훈 위원장이 박 전대통령을 배려했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문제는 해당지역 홍석준 현역의원의 태도였다. 그런데 처음에는 반발하는 모양새를 보였으나 금새 당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만큼 국민의힘 공관위의 공천과정이 상당한 국민적 공감을 얻었다고 볼수도 있지만 TK지역의 후보나 지역민들 역시 공천결과에 대해 빨리 인정하는데 익숙해진 모습이다. 이제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22대 총선에서 과연 국민의힘이 압승할지, 아니면 수도권 참패로 또다시 원내제1당을 내어줄지가 최대 관건이다.
한동훈 위원장이 21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TK지역민들의 압도적 지지를 요청한것도 최근 추락하는 국민의힘 지지율과 무관하지 않은 발걸음이여서 그 끝이 더욱 궁금해지는 순간이다. 역대급 조용한 선거가 정말 조용한 죽음으로 끝날지, 아니면 막바지 대추격으로 새로운 총선 역사를 쓸지가 지금 국민들의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정승화 취재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