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가 일본에서 2028년 아시아·태평양 도시서미트 개최권을 따낸 데 이어, 아시아 도시로는 처음으로 세계제조업포럼(WMF·World Manufacturing Forum) 유치에 나서는 등 해외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내년 개관하는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POEX)를 거점으로 철강도시에서 국제회의·산업교류 도시로 도약하겠다는 구상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지난 19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개막한 제15회 아시아·태평양 도시서미트에서 포항이 2028년 제16회 대회 개최지로 확정됐다. 박용선 포항시장이 취임 후 첫 해외순방에서 거둔 국제회의 유치 성과다.
박 시장은 서미트 분과회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양축으로 추진하는 안심·안전한 방재도시 조성'을 주제로 발표하며 재난 대응체계와 교육·훈련 강화, 재해 예방시설 확충 등 포항의 방재정책을 소개했다. 부대행사인 도시 홍보관에서는 포항 홍보부스를 운영해 주요 관광지와 먹거리를 알렸다. 5박6일 일정의 이번 순방에는 일본 치바시와의 교류의향서 체결, 조에츠시와의 우호교류 30주년 기념행사 참석 일정도 포함됐다.
박 시장은 첫 해외순방에서 포항의 방재정책을 국제사회와 공유하고 서미트 유치라는 성과를 거둬 뜻깊다며, 체계적인 개최 준비와 지속적인 국제교류로 포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포항시는 유럽 무대에서도 제조업 분야 최고 권위의 국제행사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시 대표단은 지난 22~23일 이탈리아 밀라노 증권거래소 본사 팔라초 메차노테에서 열린 ‘WMF 2026’을 참관하고 현지 정부·경제단체 등과 유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대표단은 세션 구성과 행사 운영 방식을 점검하는 한편, 밀라노의 대형 컨벤션센터 알리안츠 미코를 찾아 국제회의 운영과 친환경 시설 관리 노하우도 살폈다. 이번 포럼에서는 김덕영 포스텍 교수가 한국과 동아시아의 스마트 제조 혁신 트렌드를 주제로 특별연설을 했다.
세계제조업포럼은 이탈리아 밀라노공과대학을 중심으로 시작돼 세계제조업재단이 매년 개최하는 국제포럼으로, 각국 정부와 기업, 학계·연구기관 전문가들이 제조업의 과제와 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세계제조업보고서를 통해 정책을 제언한다. 재단은 세계경제포럼(WEF),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과 협력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 '제조업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린다.
포럼은 2011년 이후 이탈리아에서 7차례, 스페인 바르셀로나와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각 1차례 열렸으며 아시아에서 개최된 적은 없다. 포항이 유치에 성공하면 아시아 첫 개최가 된다.
시는 지난 7월부터 마르코 타이쉬 학술위원장, 데이비드 로메로 학술부위원장, 로사 피로치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재단 핵심 인사들과 소통하며 유치 관련 사항을 협의해 왔다.
앞서 지난 5월 포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WMF 측은 포항이 세계적 철강산업 중심지이면서 포스텍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포항가속기연구소 등 연구 인프라가 집적돼 연구·실증·현장 적용이 가능한 혁신 기반을 갖췄다는 점에 높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포항은 2010년대 철강 업황 악화로 위기를 맞았으나 2017년부터 이차전지 소재산업 육성에 나서 배터리 소재 분야 국내 1위 생산도시로 변모했고, 수소·바이오·인공지능(AI) 등으로 산업 구조를 넓혀왔다. 시는 이 같은 산업 전환 사례를 포럼 유치의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유치 거점이 될 POEX는 북구 장성동 옛 캠프리브 부지에 지하 1층~지상 5층, 연면적 6만3천818㎡ 규모로 건립 중이며, 2천명을 수용하는 컨벤션홀과 중·소회의실 11개를 갖춰 2027년 개관한다.
해외 투자·교류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지멘스 헬시니어스는 지난해 8월 경북도·포항시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고 2026년부터 2031년까지 약 740억원(5천100만달러) 규모의 외국인 직접투자를 추진 중이다. 지난 8일에는 영일만항에서 일본 후쿠오카와 나가사키를 기항하는 3박4일 크루즈가 출항했으며, 시는 2027년 하반기 준공 예정인 영일만항 국제여객터미널과 연계해 국제 크루즈 노선 확대에 나선다. 다음 달에는 주부산일본국총영사관 주최로 일본 문화교류 행사 '재팬위크'가 포항에서 열린다.
이상현 포항시 관광컨벤션도시추진본부장은 WMF 재단과 꾸준히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밀라노 현지 주요 기관과의 면담이 성사됐다며, POEX 개관과 함께 포항이 글로벌 제조업 교류의 중심 도시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시는 앞으로 WMF 재단과의 협의를 이어가는 한편 철강 등 지역산업 고도화와 연계한 국제행사 발굴·유치에 집중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