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이주 울진군수가 취임 100일을 맞아 전 군민에게 연간 120만원을 지급하는 '에너지연금'의 조기 시행 의지를 거듭 밝혔지만, 막대한 재정 부담과 군의회와의 갈등으로 정책 실현에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불과 한 달 전 140억원 규모의 추석 민생지원금마저 군의회에서 전액 삭감된 상황에서 이보다 4배가량 많은 예산이 필요한 에너지연금을 추진하고 있어 재정 여건과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황 군수는 지난 14일 군청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핵심 공약인 '에너지 행복기금'을 내년 2월부터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에너지연금은 울진군민 1인당 매월 10만원씩 연간 120만원을 울진사랑상품권 카드로 지급하는 사업으로, 연간 소요 예산만 563억6천3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울진군의 재정자립도가 11.7%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년 560억원이 넘는 재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군은 원전 관련 지방소득세와 기존 세출예산 구조조정 등을 통해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재원 배분과 중장기 재정 운용 방안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을 경우 기존 주민복지 및 지역개발 사업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초 선거 공약보다 시행 시기를 대폭 앞당긴 점도 주목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황 군수의 공약서에는 2026년 하반기 조례 제정과 사회보장제도 협의를 거쳐 2027년 시범 도입, 2028년 정상 지급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취임 이후 지급 시기를 내년 2월로 앞당기면서 당초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던 대규모 재정사업을 충분한 준비 없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군은 지난 8월 보건복지부와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를 마치고 9월 조례안 입법예고를 완료했다. 향후 군의회 조례 의결과 예산 확보 등을 거쳐 12월 사업 공고, 내년 2월 말 지급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군의회와의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관련 조례와 예산안이 순조롭게 처리될지는 불투명하다.
앞서 울진군은 지난 8월 추석을 앞두고 전 군민에게 1인당 30만원을 지급하기 위한 민생지원금 예산 140억4천900여만원을 편성했으나, 군의회는 9월 8일 해당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당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국민의힘 소속 의원 4명이 반대하고 무소속 의원 3명이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의회는 한정된 재원의 효율적 운용과 사업의 필요성, 시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입장이지만, 예산 삭감 이후 울진군이장연합회가 군의회 앞에 항의 현수막을 내거는 등 지역사회 갈등으로 번졌다.
황 군수 역시 기자간담회에서 "왜 예산 전액을 삭감했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답답한 심정"이라며 군의회 결정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민생지원금 문제로 촉발된 집행부와 의회의 대립이 에너지연금 추진 과정에서도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취임 100일을 맞아 제시한 다른 주요 현안 역시 상당수가 구체적인 성과보다는 중앙정부와 경북도에 대한 건의 및 협의 단계에 머물러 있다. 황 군수는 취임 이후 중앙부처와 국회, 경북도 등을 상대로 11차례 세일즈 행정을 펼치고 현장 민원 등 108건의 문제 해결에 나섰다고 밝혔다.
또 후포~청송IC 고속도로 건설에 1조7천160억원, 국도 36호선 4차로 확장에 8천114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제시하고 사업 추진 의지를 밝혔다. 군비 부담이 70%에 달하는 울진군의료원 운영비를 경북도 등과 분담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지만, 관계기관의 재정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성과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시설과 관련해서도 군민 의견을 우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한편, 정부에 특별지원금과 10조원 규모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요구했으나 구체적인 지원 방안은 확정되지 않았다.
결국 황 군수의 취임 100일 군정은 대규모 재정사업과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이를 실행할 재원 확보와 관계기관 협력, 군의회와의 협치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무엇보다 에너지연금은 일회성 민생지원금과 달리 매년 막대한 예산이 반복적으로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단순한 지급 약속을 넘어 중장기 재정 건전성과 다른 사업에 미칠 영향까지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 군수가 내세운 '군민을 위한 에너지연금'이 실질적인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으로 자리 잡을지, 재정 부담과 정치적 갈등만 키우는 선심성 정책으로 남을지는 앞으로의 재원 확보와 군의회 협의 과정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