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장마차 어묵이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포항/경북뉴스통신】정승화 기자=혼자살기 때문에 외로운 건 아니다. 내편이 없을 때 외로운 거다. 내가 힘들 때 나에게 힘을 주는 건, 사소한 관심과 격려이다. 포장마차에 의지해 생을 더해가는 P여인, 국화빵과 어묵을 빼놓으면 자랑할게 없는 그녀가 시청과 경찰 조사를 받았다.
동네에서는 국화빵과 어묵으로 불리는 그녀. 어떤 재료로 만드는지, 고명은 어떻게 만드는지는 몰라도 맛은 기가 막힌다. 어묵 한개 오백원, 일명 오뎅을 입에 넣으면 시름이 녹는다. 멸치로 우려낸 육수 국물은 캬~. 말로 다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유명세를 타서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그게 화근일까. 조금 입소문을 타니까 인근에서 누군가가 신고를 했단다. 포항시 위생과와 포항북부경찰서 조사를 다 받은 후 지금 벌금통지를 기다리고 있다. 시와 경찰은 신고가 들어오면 단속을 나갈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원론적인 답변만 늘어놓고 있다.
올해 61세, 20여년전 남편과 헤어지고 홀로살고 있다. 포장마차가 그녀의 생을 버티게 해주는 유일한 목숨줄. 그런데 이제 좀 벌이가 되는가 싶었더니 또 누군가 훼방을 놓는 것이다. 경쟁사회니까 어쩔 수 없지만 남편과 자식도 없이 홀로 이 세상을 살아가는 그녀에게는 혹독한 겨울이다.
포장마차 자체가 식품위생법 위반이기 때문에 불법인 것은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래도 하지 않을 수 없는 현실. 그녀는 벌금이 얼마 나올지 모르지만 그래도 계속 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포장마차라도 하지 않으면 밥줄을 놓아야 하는데 그럴 수는 없잖아요. 벌금을 내고서라도 제가 살아야 하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살아야 된다는 그녀의 포장마차 앞으로 세찬 겨울 찬바람이 을씨년 스럽게 불어댄다. 지진에 흔들리고, 단속에 흔들리고 포항에 사는 서민들의 겨울이 너무 춥고 애처롭다.
지진도시 포항의 2017년이 겨울바람과 함께 그녀의 포장마차 곁으로 지나가고 있다.
【경북뉴스통신 정승화 취재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