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미곶 돌문어 축제 모습
【포항/경북뉴스통신】정명교 기자=“어떻게 한평생을 보낸 이웃주민들에게 농약을 먹여 죽일 생각을 할까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지난 21일 마을축제 기간중 동네주민들이 함께 먹기 위해 끓여놓은 고등어추어탕에 농약을 넣은 사건이 발생한 경북 포항시 호미곶 구만1리 마을은 벌집을 쑤셔놓은 듯 뒤숭숭하다.
평소 언니동생하며 지내던 마을 주민들은 용의자인 A씨(여. 68)가 지난 21일 새벽 마을공동취사장에 몰래 들어가 농약 150㎖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지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특히 이날 주민들이 끓인 고등어 추어탕은 포항시 공식행사인 ‘호미곶 돌문어 수산물 축제’ 에 참석한 마을주민들에게 배식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뻔 한 것이다.
경찰조사결과 A씨는 최근 부녀회장 교체과정에서 동네 주민들과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아직 정확한 농약 투입 동기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구만1리 마을 주민들은 A씨가 불만을 품고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평생을 함께 해온 마을주민들에게 악의를 품고 추어탕에 농약까지 넣을 만큼 비정할 줄은 몰랐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경북 호미곶 구만1리 마을은 주민이 1백30여명에 불과할 만큼 작은 어촌마을로 수십년 동안 한동네에서 동고동락해온 이웃 사촌지간이라 그 충격은 더하다.
몇 년 사이 경북지역에서 잇따라 농약사건이 터지면서 ‘산좋고 물좋은 농촌인심’이 이젠 옛말이 되었다는 푸념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2015년 7월 경북 상주에서 발생한 ‘농약 사이다’ 사건의 경우에도 80대 여성이 마을회관 냉장고 안의 사이다에 농약을 투입해 같은 마을 할머니 2명이 숨지고 4명이 병원치료를 받아 충격을 던져줬다.
이어 지난 2016년 8월에도 경북 청송군에서 ‘농약소주’를 마신 주민이 숨지는 등 경북지역 농촌마을에서 연이어 농약사건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자신이 따돌림을 당한다는 생각을 하면 극단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며 “농어촌지역 어른들의 경우 아주 사소한 일로도 감정싸움으로 변할 수 있어 이 같은 어이없는 사고로 이어지는 수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