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경북뉴스통신】정승화기자= 젊음의 생기가 흘러 넘쳤던 산업역군의 도시 포항이 급격히 늙어가고 있다. 세계적 철강불황의 여파로 문을 닫는 기업은 늘어가고,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은 가족들과 먹거리를 찾아 낯선 도시로 떠나가고 있다. 인구 80만을 목표로 했던 포항시 인구가 증가는 커녕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먹고살기도 힘든 상황은 저출산으로 이어져 젖먹이들의 울음소리가 끊긴지 오래다. 결혼한 가정에서는 아이를 낳지 않고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그나마 겨우 취업한 이들도 팍팍한 삶에 짓눌려 결혼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포항시내 구 도심과 주택가는 빈집이 즐비하다. 장사가 안돼 문을 닫은 점포도 수두룩하다. 도심공동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장사가 잘된다는 포항시청 주변 대이동 일대에도 많은 가게가 신규 개업을 하지만 또 그만큼의 가게가 장사가 안 돼 문을 닫고 있다고 한다.
돈 있는 사람들은 학군을 따라 양덕동, 지곡동 쪽으로 몰리지만 없는 사람들은 그 자리에 서있다. 물가는 연일 천정부지로 치솟고 벌이는 시원찮아 가만히 있으면 자연스레 영세민이 되어가는 살기 힘든 세월이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날이 갈수록 가속화되고 있다. 서민 지원대책을 편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언발에 오줌누는 격으로 그때뿐이니 참 안타까운 시절이다.
한국 경제의 중추도시이자 산업도시, 푸른 청년의 도시였던 포항이 노인도시로 급격하게 추락하자 각계 전문가들은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지금의 포항을 보면 마치 세계적인 철강도시였던 미국 피츠버그의 희비와 오버랩 되는 것은 왜일까.
19세기 세계의 대장간으로 불린 미국 피츠버그는 '엔드류 카네기'가 설립한 「US 스틸」 덕분에 90년 동안 호황을 누리며 번성했다. 미국 전체 철강소비의 2/3를 US 스틸에서 생산했고, 연관공장만 1천여기업에 육박했으니 피츠버그 경제가 얼마나 좋았겠는가.
그런 도시가 1983년 세계적인 철강경기의 불황 앞에 무릎을 꿇었다. US 스틸이 문을 닫는 초유의 사태가 터지자 도시 고용률이 40%로 떨어지고, 70만명에 육박하던 인구수가 하루아침에 30만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미국내 도시순위도 10위에서 40위권으로 급락하는 지경에 이르러 이를 지켜보던 수많은 세계인들이 가슴을 쓸어내렸다.
설마 포항이 피츠버그처럼 똑같은 전철을 밟지는 않겠지만 지금까지 흘러가는 모양새나 각종 경제데이터를 보면 숨이 턱턱 막혀온다.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고령사회 기준치인 14%에 근접한 13.9%를 기록했다. 사람으로 말하자면 콜레스테롤이 심각해 약을 먹어야 하는 지경까지 온 것이다. 동맥경화란 이야기다.
지난 2015년 이후 인구수는 매년 줄어 지난 6월말 기준 52만 여명으로 불과 1년 전에 비해 2,900명이 감소했다고 한다. 몇 년전 호기롭게 인구 80만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사람들은 도대체 누구였는지, 근거는 무엇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철강경기 불황으로 공단폐업이 속출하면서 지금까지 1500여명 이상의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들이 먹거리를 찾아 가족과 함께 포항을 떠나니 인구가 줄어들 수밖에 더 있나. 불황과 폐업, 실직과 전출, 저출산 등이 하나의 순환고리로 이어져 악순환 경제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포항을 이끌어 가는 리더들은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시쳇말로 전문가랍시고 이사람 저사람 모여 심포지엄만 개최한다고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 철강공단만 보고 있어도 될 일이 아니다. 겉만 번지르레한 실속없는 상당수 장미빛 신성장 동력산업에 홀려도 안된다.
진짜 검증을 거쳐 살아있는 먹거리를 찾아내야 한다. 알짜배기 먹거리를 찾아내야 포항을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올 것이다. 돈이 돌아야 집안에 웃음도 나고, 어린아이들의 울음소리를 들을것이 아닌가. 사람사는 세상, 인정있는 도시 포항이 되살아나길 소망해 본다.
【정승화기자=경북뉴스통신 취재국장/경영학박사,hongikin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