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경북뉴스통신】정승화 기자=포스코가 글로벌화 되기 전인 1970년대까지만 해도 포항의 상징어는 ‘해병의 고장’ 이었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란 말처럼 해병대를 제대한 남자들의 세계에서는 그들만의 긍지와 자부심이 있는데다 워낙 훈련이 힘들어 해병대출신들은 포항을 잊지 못하는 까닭이다. ‘천자봉’이니 ‘길등재’니 하는 포항지역 산봉우리 이름을 ‘귀신 잡는 무적해병’ 대원들은 영원히 잊지 못한다. 해병대 교육훈련단의 지옥훈련 코스이기 때문이다.
그런 포항의 대명사 자리를 포스코에 내어 준 것은 세계철강경기가 호황을 누렸던 1980년대 즈음이었다. 빨간 명찰에 얼룩무늬 해병대 군복에 대한 인식은 서서히 포스코 직원들의 근무복인 노란제복으로 시민들에게 대체되기 시작했다. 그만큼 포스코가 시민들에게 경제 및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후 1990년대부터 과메기가 겨울철 술안주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으면서 이제는 과메기가 포항을 대표하는 상징어 자리 한 켠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해병대와 포스코, 과메기는 세월의 바람을 타고 자연스럽게 포항을 가리키는 상징으로써 인연을 맺게 되었다.
이처럼 해방이후 질곡의 포항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지역이 바로 포항시 ‘자’선거구인 오천읍이다. 해병대와 포스코가 근대 오천의 역사라면 오천읍 원리에 자리한 ‘오천서원’은 오천의 대내외적 위상과 정통성을 말해주는 역사적 명예이자 자존심이다.
포항이 본향인 한국의 명가 ‘영일정씨’를 ‘연일정씨’ 또는 ‘오천정씨’라고 다양하게 부르는 이유가 바로 연일 대송지역에 시조의 재실인 ‘남성재’가 있고, 오천에 시조와 중시조 네 분을 배향하는 ‘오천서원’이 있기 때문에 동네 명칭에 맞춰 호칭한 것으로 실제 모두 같은 본관이다.
오천의 유구한 역사와 근대사를 짚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지금 오천의 모든 현대사가 이런 역사적 전통과 그 바탕위에서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천의 역사는 바로 포항의 역사요, 오천의 변화는 바로 포항의 변화이다. 선조의 역사와 최전방 바다를 지키는 해병대, 근대화의 주춧돌 포스코와 철강공단, 포항의 생활 및 산업쓰레기 매립장이 함께 공존하는 문화와 산업, 환경의 복합형 지역이다.
포항시를 기준으로 보면 행정적으로 남구는 육거리 남쪽지역이지만 정서적으로 포항사람들에게 남구는 형산강다리 너머지역이다. 오천인구도 남구 전체 24만명의 25%에 이르는 약 6만여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공단근로자들의 전입이 늘면서 계속 증가추세에 있다. 또한 남구 관문 지역에 있어 이래저래 교통과 문화, 산업의 요충지 역할을 하고 있다.
▲ 좌로부터 김성호 오천향토청년회 회장, 손정수 전 의원, 이건기 민주당 포항 남·울릉지역위원회 부위원장, 이나겸 의원, 이해수 의원, 박칠용 세웅건설(주) 전무이사 ©정승화 기자 | |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 오천에서는 여당이 된 더불어 민주당에서 누구를 공천할지가 관심이다. 그만큼 진보성향이 강한지역이 오천이다. 냉천교를 중심으로 일명 ‘토속촌’이라 일컫는 오천시가지 주민들은 보수성향이지만 반대편인 문덕지구에 거주하는 공단근로자들은 대부분 젊은 연령층이고 외지인들이 많아 진보정당인 민주당이 초강세를 보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포항에서 민주당 공천을 희망하는 몇 안 되는 선거구 중의 하나가 오천이다. 골목정치 전문가들도 이대로 간다면 기초의원 2명중 1명은 민주당 쪽에서 당선될 것으로 예측할 정도이다. 결국 선거구 조정으로 의석수가 증원되지 않는다면 자유한국당에서 2명을 공천하더라도 결국 한자리 싸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고 있다. 인구 3만5천명인 흥해읍의 의석수가 3명인것을 감안하면 인구가 거의 2배에 가까운 오천읍에도 1~2명의 의석수 증가가 당연한 것이지만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지방선거의 경우 모두 5명이 출마했는데 자유한국당 공천후보인 이나겸 의원(27.3%)과 이해수의원(21.2%)의 표를 모두 합해도 50%밖에 안됐다. 나머지 절반은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한 손정수 전의원 등 3명에게 분산된 것이다. 이처럼 반 보수 정서가 강한 곳이다. 공천권을 쥐고 있는 자유한국당 포항남·울릉지구당과 박명재 국회의원의 고뇌가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현재 오천에서 더불어 민주당 공천으로 출마를 공식화한 후보는 민주당 포항 남·울릉지역위원회 이건기 부위원장(55)이다. 포스코 출신의 노동운동가로 현재 오천 사회복지법인 미소단기보호센터 운영위원장, 문덕 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사를 맡고 있다.
이부위원장은 포항대를 졸업한후 지난 1988년 포스코에 입사해 노동운동을 하다 4년 만에 해고당한 전력이 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변호사 시절 변론을 맡아 승소했던 인연이 있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지난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당시 민주당 경북도당 유세단장을 하는 등 포항민주당의 핵심 인물로 평가 받고 있다.
박칠용 세웅건설(주) 전무이사(55) 역시 민주당 공천을 희망하고 있다. 박전무는 오천청년회장과 생활쓰레기 소각로설치 반대대책위원장, 열린우리당 경북도당 정책실장을 지냈으며 현재 오천공립고등학교 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등 다양한 지역 및 정당활동을 해왔다. 그러나 아직 민주당 입당이 안 돼 있어 현재 입당절차를 밟고 있다고 한다.
포항 민주당 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입당심사를 하고 있다”며 “탈당했던 사유와 보수정당 활동전력 등 다각도로 검토해서 입당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이 된 더불어 민주당에서 이들을 중심으로 오천지역 기초의원 공천을 준비하고 있다면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에서는 현역의원인 이해수의원(58)과 이나겸의원(51)이 재선의 고지를 향해 부단히 움직이고 있다. 여기에 손정수 전의원(61)과 김성호 오천향토청년회장(44)이 자천타천 출마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해수 의원은 “문덕지구가 신흥개발지역이여서 구 오천지역에 비해 지역 토착성이 낮은 경향은 있지만 유입인구가 늘면서 다양한 행정 및 민원 서비스 수요가 높아 진정성 있게 다가서면 많은 지지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의원은 문덕지구에 형산강 이남 지역 주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규모의 ‘다목적 평생학습관’ 설립을 포항시에 요청해 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현재 국토부에서 심의중인 ‘항사댐’이 건설되는 것으로 최종 결정되면 오어사댐과의 사이에 만들어지는 10만평 규모의 부지에 공원을 조성하는 방안을 강구, 내년에 주민들에게 적극 호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의원은 그동안 의정활동 성과로 원동강변도로개설, 문충~갈평, 문덕~문충간 노후교량교체사업 등 다양한 지역인프라 사업을 추진해 왔는데 재선의원이 되면 지역의 최대 현안과제인 고교유치문제와 호동쓰레기 매립장 등에서 확산되고 있는 악취와 공해문제를 기업과 공동으로 대처할 수 있는 협의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나겸 의원은 “남성문화의 정치세계에 처음 발을 들여놨을 때 지역주민들과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시간이 지나면서 여성의원 특유의 섬세함과 따뜻함으로 주민들에게 다가서니 이제는 지역주민들도 스스럼없이 찾아주고, 본인도 민원경청의 달인이 됐다”고 자랑했다.
이의원은 주요의정활동 성과로 젊은층의 증가와 유흥업소 난립으로 치안수요가 급증했던 문덕지구에 ‘문덕파출소’를 유치하고, 이해수의원과 힘을 합쳐 냉천교 옆에 학생들이 걸어 다닐 수 있는 ‘인도교’를 설치한 것이 큰 보람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오천 정신문화의 산실인 ‘오천서원’을 주민 학습관으로 활용하는 방안과 문충리에 있는 포은 정몽주 선생의 생가 집터를 매입하는 시민모금운동을 펼쳐 나가고 있는데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의원은 “내년에 재선의원이 되면 오천지역 현안숙원사업 뿐만 아니라 오천의 문화와 예술, 체육발전 등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다양한 복지사업을 위해 혼신의 힘을 기울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역의원들의 불타는 재선의지에 견주어 조용하면서도 지역 자생단체 중심으로 부각되는 인물이 있다. 현재 오천청년회장인 김성호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지역 밑바닥에서는 내년 자유한국당 공천후보로 강력히 밀고 있는 분위기이다. 이는 오천지역의 지역적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역사적 자존심과 지역적 주체성이 있는 오천은 대내외적 지역활동에도 나름 계보가 있다. 대부분 오천청년회장을 거쳐야 한다는 무언의 주민의식이 내재돼 있다는 것이다. 이상천 전 경북도의회장, 이정호 경북도의원, 안병권 전 시의원 등이 오천청년회장 출신들이다.
현재 문덕에서 이동통신업을 하고 있는 김회장은 오천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 오천읍 체육회 부회장, 오천개발자문위원, 방위협의회 위원, 오천파출소 생활안전위원, 포항시체육회 우쑤협회이사 등 다양한 직함을 보유하고 있다.
김회장은 “오천청년회가 중심이 되어 포은문화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끈데 대해 나름 저를 좋게 봐준 덕분이라고 생각 한다”며 “오천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는 포은문화축제와 해병대축제를 포항시 행사로 승격시켜 보다 많은 시민들에게 문화적으로 확산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회장은 또 해병1사단의 사격장 부지 25만평에 대해 오천 주민들의 편의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고 지적하고, 지역자생단체와 연대하여 이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한사람의 파괴력 있는 후보는 손정수 전의원이다. 자유한국당 6대 시의원으로 지난 2014년 지방선거 정당공천 당시 ‘불공정 경선’에 반발해 탈당하면서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19.8%를 획득, 3위에 그친 아픔이 있다.
손의원은 “아직까지 선거후유증이 남아 있는데다 당적에 대한 부담도 있어 출마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만약 좋은 기회가 주어지고 주민들의 도움으로 당선된다면 정말 아낌없이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싶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손의원은 6대 의정기간동안 포은 체육관 건립과 오어사 둘레길조성, 사격장 부지매입 등 다양한 지역발전 사업을 주도했으며, 포항시금고 조례안을 발의하는 등 성실한 의정활동으로 당시 큰 호평을 받았다.
역사와 전통이 있는 고장답게 다양한 후보들이 지역을 걱정하고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말 저말 다른 것 같아도 뜻은 하나다. 지역을 걱정하는 한마음이다. 내일의 오천은 오늘보다는 좀 더 크고 번창할 것이라는 희망이 오천을 생각하는 그들의 뜨거운 열정과 타오르는 눈빛에서 느껴졌다. 오천은 살아있었다.【정승화기자=경북뉴스통신 취재국장/경영학박사,
hongikin2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