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경북뉴스통신】정승화 기자= 소나무가 많은 곳, 송도(松島)는 그래서 불리게 되었다. ‘명사십리 해수욕장’, ‘포항의 눈썹’ 등 1968년 포스코 설립 이전까지 송도동을 가리키는 말들이었다. 그러나 산업화는 명사십리 송도해수욕장을 변화시켰다.
형산강 하구에 위치한데다, 포스코가 들어서면서 물길마저 변해 바닷물은 오염되고, 백사장은 모래유실로 사라져 버렸다. 사람이 찾지 않는 해수욕장 상가는 차츰 문을 닫았고, 낡은 상가건물은 흉물로 변했다. ‘자유의 여신상’만이 이곳이 한때 해수욕장이었음을 외롭게 알렸다.
포스코가 앞으로 나아간 지난 반세기동안 송도동은 이렇게 뒤로 후퇴했다. 국가 기간산업 포스코의 화려한 조명 뒤에는 등잔 밑 응달이 있었다. 그 응달마을이 송도동과 청림동, 제철동이다. 공해에 시달리고, 잠을 자다가도 제철소내 미증유의 폭발소리에 깜짝깜짝 놀라는 산업화의 피해마을들이다.
이런 송도가 이제 제 기능을 되찾아가고 있다. 백사장이 복원되고 있고, 해안도로가 만들어졌다. 우범지대로 인식됐던 송림숲은 테마거리로 탈바꿈했다.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포스코의 백사장 피해 보상금으로 주민들의 마음도 많이 풀렸다. 상권도 점차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폐허같던 송도바닷가에 번듯한 4~5층 커피숍도 들어서고, 횟집, 갈비탕집 등 새로운 식당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영일대로 이름 바뀐 구, 북부해수욕장과 연결도로가 완성되면 그야말로 ‘사람과 돈이 몰리는 부자동네’로 바뀔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감이 송도주민들의 얼굴에 가득하다. 웃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이다.
이렇듯 포항시 ‘바’선거구의 중심에는 인구 1만5천여명의 가장 큰 동네인 송도동이 있다. 한때 20~30년 전까지만 해도 주민수가 3만5천명까지 육박해 동네 분구까지 고려할 정도였으나 포스코 직원가족들이 타동네로 빠져나가고, 경기마저 힘들어 지면서 인구수가 급감하고 있다. 청림동은 약 8천여명, 제철동은 약 4천여명이다.
현재 이곳에는 2명의 현역의원이 있다. 송도동은 3선의 장복덕의원(60), 청림동은 초선의 김우현의원(55)이 수문을 지키고 있다. 중선거구제로 3개마을에서 2명을 뽑는 시스템인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송도동 1명, 청림동·제철동 1명 등으로 결정되고 있다. 이에따라 인구가 절반이상인 송도동이 늘 선거 때마다 쟁점동네가 될 수밖에 없다.
호남형 얼굴에 성격까지 후덕한 장 의원은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처음 당선돼 내리 3선을 했으며, 6대의회 후반기 포항시의회 부의장까지 지내 관록과 경륜까지 갖춰 무난히 내년 4선고지에 오를 것으로 예측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송도동으로 진입하는 송도다리를 건너면 선거 공기가 그렇게 녹록치만은 않다는 걸 금새 느낄수 있다.
송도동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포항지역 11개 기초의원 지역구에 저마다 가슴 졸이는 사연들이 숨겨져 있지만 지금 송도동의 주민들 체온이 뜨겁게 올라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송도동에서 현역인 장복덕의원에게 도전장을 내밀 것으로 자천타천 거론되는 이는 안기수 송도동 새마을 금고 이사장(60), 조영원 자유한국당 포항남·울릉 사무국장(56), 재선의원을 지낸 최상석 전의원(60) 등이다. 모두 텃새 정당인 자유한국당 공천을 신청할 후보들이다. 불꽃 튀는 물밑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이다.
이 가운데 장복덕의원과 안기수 이사장은 송도동에서 나고 자란 60년 친구지간이다. 장의원이 지난 2006년 처음 이곳에서 시의회에 입성할 때에도 친구인 안 이사장이 물심양면으로 도왔다고 한다. 안 이사장은 이상득 국회의원 시절부터 자유한국당 포항남·울릉 중앙위원을 해온 오랜 당인출신이다. 그것도 지금은 중앙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름 거물급이다.
이랬던 친구관계가 내년 선거에서는 서로 정적이 될 모양새다. 송도동의 공기가 심상치 않은 이유이다. 여기에 현재 공천권을 쥐고 있는 박명재 국회의원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조영원 국장까지 출마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니, 아무리 3선의 부의장까지 지낸 장의원 이지만 좌불안석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장의원은 요즘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마을을 순회한다. 아예 운동복 차림에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 가급적이면 많은 주민들을 만나기 위한 그만의 비책이다. “지난 12년 동안 송도를 위해 발로 뛰었던 땀방울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일복이 터져 행복한 일꾼이 저의 선거구호였는데 그만큼 송도가 달라졌습니다. 죽은 송도를 살리는 기분입니다.”
장의원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성실히 앞만 보고 열심히 일하는 게 주민들에게 다시한번 신뢰를 받는 길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의 말처럼 송도가 달라지고 있다. 포스코 건설에 따른 송도백사장 유실을 복원하기 위해 380억원이 투입된 ‘연안침식방지사업’이 내년이면 마지막 공사인 모래를 채우는 소위 ‘양빈사업’을 끝으로 완결된다. 잃어버린 명사십리 송도해수욕장이 다시 복원되는 것이다.
여기에다 300억원이 투입된 왕복 6차선 국지도 20호선 해안도로공사가 완료돼 사통팔달로 교통이 뚫렸다. 사람이 몰리고 차가 늘어나고 있다. 도시 흉물처럼 변해가던 송림숲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폐도시키고 ‘테마공원’으로 탈바꿈 시킨 것도 그의 애착의 결과였다.
“어릴 때 기억이 있습니다. 송림숲길이 건천자갈 길이었는데 비가 오면 자연스럽게 실개천처럼 바뀌었죠. 그 기억을 되살려 포항시와 협의해 우범지대처럼 인식돼온 송림숲을 포항시민 누구나 편히 쉴 수 있는 친수 휴식공간으로 바꾼 겁니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 19년동안 건설분야에서 일해온 그의 경험이 의정활동에 크게 도움이 됐다고 그는 회고했다.
내년에 4선의 힘 있는 시의원이 된다면 포항기상대 이전과 송도초·송림초 합병문제를 성사시키는 것이 과제라고 장의원은 덧붙였다. 장의원의 이 같은 꿈에 제동을 걸고 나선 이가 친구에서 도전자로 바뀐 안기수 송도동 새마을 금고 이사장이다.
지난 2009년부터 지금까지 8년째 이사장을 맡고 있다. 조상대대로 이곳에서 터전을 잡아온 안 이사장은 뿌리깊은 송도 토박이다. 누구든지 송도동에 가면 ‘안이사장을 만나야 다 만난 것’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이다. 어느새 송도동의 대명사이자,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은 그다
“장의원과는 고향친구지만 이젠 정치적 견해를 달리합니다. 동네를 위해 봉사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출마할 수 있고, 정정당당히 경쟁해서 이기는 사람의 손을 들어주는 것도 미덕이라고 생각합니다.”
안 이사장의 생각은 단호하다. 주변에서도 권유하지만 본인 역시 지난 20년 동안 자유한국당을 위해 헌신만 해왔지 한 번도 의회에 진출해 보지 못한 것이 한이 됐다고 한다. 송도동 새마을 금고 이사장과 지역개발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봉직하면서 지역을 위해 많은 봉사활동을 해온 것도 주민들이 그에게 시의원으로 변신해 더 큰일을 하라는 출마의 이유로 작용했다.
“380억원이 투입된 연안침식방지사업이 내년이면 완결된다고 하지만 문제는 수질입니다. 해수욕을 할 수 없는 3급수 수질인데 백사장만 복원한다고 될 일이 아니죠. 근본적으로 지난 50년 동안 각종 오염물로 퇴적돼온 형산강 하구의 퇴적물을 걷어내는 작업이 우선돼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안 이사장은 송도해수욕장이 겉으로만 복원 되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포스코도 마찬가지입니다. 내년이면 창사 50주년이 된다고 해요. 그런데 그들만의 자축행사가 되어서는 안 되죠. 그동안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동네주민들이 있는데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50주년 행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포스코와 협의해 ‘포스코와 송도주민간 상생발전협의회’를 구성하도록 합의를 봤습니다. 오는 10월 협의체가 구성되면 매 분기마다 만나 주민애로사항과 숙원사업 해결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거침없는 그의 소신과 실천적 행동에 송도가 살아있음을 환기시켰다.
안이사장은 영흥초, 포항중, 포항고, 포항1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여년간 건설회사를 설립, 운영해 왔으며 지난 2009년부터 새마을 금고이사장에 당선돼 주민밀착형으로 살아오고 있다.
“지금 송도동은 너무 낙후돼 무료급식 어린이만 1백70명에 이를 정도입니다. 독거노인 문제, 다문화가정 문제, 공해로 인한 건강문제 등 산적한 문제가 있으나 이를 해결할 리더십이 역부족”이라며 “백사장 복원을 비롯한 하드웨어적 문제해결도 중요하지만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보살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장의원이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또 한사람의 막강한 도전자는 조영원 자유한국당 포항남·울릉 사무국장이다. 이미 지난 2010년 6대 지방선거에서 출마 경험이 있는 조국장 역시 송도 토박이 출신이다. 한국체육대학을 나온 유도인 출신으로 한때 강원도 황지중학교에서 체육교사로 봉직하기도 했으며, 팔도안전경비시스템 대표이사, 포항철강공단 내 중소기업 대표이사 등 교사와 경영인 등 다양한 스펙을 갖춘 인재이다.
송도초등총동문회 회장, 포항향토청년회 지도회 회장, 포항JC 사무국장, 송도생활안전협의회 부회장, 송도생활안전협의회 부회장 등 송도와 그의 운명을 연결하는 수식어들은 많다. 조국장을 만나본 사람들은 직감적으로 ‘한자리 할 사람’으로 느낀다.
“여러가지로 부족한 저에게 의회에 진출해서 지역을 위해 봉사하라는 권유가 많이 들어옵니다. 그런데 지금은 박명재 의원님을 모시고 있기 때문에 저의 거취를 함부로 정할 수가 없습니다. 의원님이 큰일을 하시는데 손발이 되어야 하는 것이 저의 기본적인 임무니까요. 기회가 되면 의원님과 협의해 거취를 정하겠습니다.”
조국장은 점잖은 성품만큼이나 겸손해 하며 본인의 입장을 밝히고 있으나 여러경로를 통해볼 때 내년 지방선거 출마는 거의 확실시 되고 있다.
실제로 조국장의 송도출마설 기저에는 박명재 국회의원의 내락이 있었다는 말까지 나돈다. 그렇지 않고서야 당 사무국장의 출마설이 흘러 나올수가 없다는 것이 소문의 근거가 되고 있다. 이래저래 장복덕 의원입장에서는 당 중앙위원장인 안기수 이사장과 당 사무국장인 조영원국장 등 실세들과의 한판 승부가 불가피해 마음한구석이 초조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3대, 4대 재선의원을 지낸 최상석의원도 자천타천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불투명한 입장이다. 최의원은 “내년 출마를 고려하고는 있지만 개인적인 사정 등이 있어 고민중”이라며 “좀 더 시간을 두고 선택 하겠다”고 말했다.
가까운 지인들은 최 전 의원의 부인이 건강이 좋지 않아 출마가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으나 끝까지 가봐야 알 일이다.
초선인 김우현 의원, 나름 성실하게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청림동 청년회장, 자율방범대장, 동지중고등하교 총동문회 부회장, 포항남부자율방범연합회 운영위원, 경북지체장애인연협회 포항시지회 자문위원 등 김의원의 삶의 궤적도 서민들과 함께 해온 발자취다.
“청림동 지역에서 김의원에 대한 평가가 좋아 내년에도 큰 도전자가 없으면 무난히 재선하리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청림동에서 만난 주민 박모씨(68)는 지금까지 특별히 나타나는 도전자가 없어 낙관적이라 말했다.
포스코의 용광로 불길처럼 뜨거운 시간들이 지금 송도동을 관통하고 있다. 친구에서 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그들은 무엇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것일까. 친구와 정치, 우정과 권력사이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지금 나와 소주잔을 마주하고 있는 친구도 삶의 영원한 동반자일까, 정적이 될까. 우린 과연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 것일까.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참 인생의 지혜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하는 날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