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경북뉴스통신 】정승화 기자= 포항에서 오래 살아온 토박이 포항사람들도 차를 운전하다가 이 골목 저 골목에서 헤매는 동네가 있다. 소위 양덕지구로 불리는 장량동 일대. 토지구획정리로 조성한 신도시라 최신형 아파트와 상가빌딩들이 즐비해 네비게이션을 켜지 않으면 자칫 길을 잃을 정도로 낯선 동네이다.
‘시청사만 빼고 다 있다’고 지역구 어느 시의원이 자랑할 만큼 별천지다. 어떤 이들은 ‘미니 포항’이라고 말했다. 주민들도 동네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한다. 아이들도 학교에서 어디에 사냐고 물으면 ‘양덕에 삽니다’라고 큰소리로 말한다고 한다. 남구의 지곡일대가 ‘부자동네’ 라면, 북구는 장량동이 그 대척점에 서있다. 세월 따라 바람 따라 동네도 유행처럼 변하는 듯하다
도심에 비해 공기도 좋고, 학군도 좋아 젊은층들이 선호하는 지역이기 때문일 것으로 여겨진다. 포항구도심이 ‘공동화현상’으로 공허하다면 이곳은 살아있는 도시, 역동하는 포항의 내일을 보여주는 ‘뜨는 도시‘, ‘젊은 도시’이다. 포항구도심에서 이곳을 바라보면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지만 사람이나 도시나 시간이 지나면 힘이 없어지는 것은 매 한가지니 어쩌랴.
이곳을 지키는 현역 포항시의원은 4선의 박승훈의원(61), 3선의 김성조의원(64), 초선의 김상민의원(38) 등 3명이다. 역사가 있는 환여동과 갓 태어난 장량동의 정체성을 보여주듯 두명의 노장과 한명의 신예가 깃발을 꽂고 있다. 대망의 2018년 지방선거, 이곳 ‘마’선거구의 새로운 골목 정치의 주인공은 누가 될 것인가.
내년 지방선거에서 포항 ‘마’선거구의 핵심 프레임은 모두 5개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다. 인구수 증가에 따른 선거구 조정문제, 자유한국당 다선의원 공천여부, 바른정당 후보의 약진여부, 현역인 민주당 김상민 의원의 선전여부, 전직 시의원들의 재 약진 등으로 볼 수 있다.
선거구 개편문제는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장량동 약 7만4천여명, 환여동 1만1천여명 등 약 8만5천여명인 이곳이나, 인구 2만5천여명인 구룡포 및 동해, 장기지구 '차'지구나 의원정수가 똑같은 3명이기 때문이다. 출마 예정자들은 장량동과 환여동의 선거구를 분리하거나, 현재 통합 선거구에서 1명을 증원, 의원정수 4명으로 늘리는 방안 등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어떤 형태로든 선거구 조정의 변화가 있을것으로 관측되지만 끝까지 가봐야 될 일이다.
다음으로 지역 주류정당인 자유한국당에서 어떤 후보를 공천할 것이며, 누구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가’번 기호를 줄 것인지가 관심사 이다. 지역정서 및 판세로 미루어 현재 3명의 의원정수를 기준으로 할 경우 자유한국당 공천후보가 최소한 1명이상은 당선 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로 ‘가’번 으로 공천 받으려는 자유한국당 공천후보들의 신경전이 예민할 수밖에 없다.
현재 자유한국당 공천신청자는 4선의 박승훈의원과 3선의 김성조의원이 일찌감치 현역 프리미엄을 활용, 김정재 국회의원측과 교감하며 물샐틈없이 성벽을 다지고 있고, 여기에 지난 6대 시의원을 지낸 최상원 전의원(57)과 신예 신현기 시티병원 원무부장(49)이 칼을 빼들었다. 여기에 배상신 양덕청년회장 등 다수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안갯속이다.
안동이 고향인 포스코 출신의 박승훈의원은 환여동을 지지기반으로 2대때부터 지방정치에 투신해 현재까지 몸담고 있다. 4대와 5대 때는 김진율 전의원에게 자리를 내줘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지난 2014년 7대 선거때는 다행히 3명의 자유한국당 공천후보 가운데 행운의 ‘가’번을 받아 7천5백여표(28%)로 1위로 당선돼 4선의 단상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20년 동안 공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새벽, 해맞이그린빌 후문에서 출근 인사를 해 ‘부지런둥이’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는 의정기간동안 수많은 일을 했지만 양서초등, 양덕중 건립과 양덕파출소 유치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무려 214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건립된 장량동 국민센터는 최상원 전의원과 김성조· 김상민의원 등 전, 현직의원들의 단합된 힘과 지역구 도의원 등이 이뤄낸 합작품이라고 자랑했다.
7대전반기 포항시의회 부의장에 오른 것도 그의 의정사에 빼놓을 수 없는 명예이다. 민감한 공천문제에 대해서는 김정재의원에 대한 공헌도를 내세웠는데 “정치생명을 걸고 김 의원 당선을 위해 헌신했기 때문에 당에서 알아서 잘 판단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태권도 관장출신인 김성조의원은 포항 학산동이 원래 고향으로 3대의회 부터 지방정치에 뜻을 뒀으나 두 번 낙선하고, 5대 의회 때부터 입성해 내리 3선에 당선됐다. 김의원도 의정 17년간 학교 앞 교통봉사로 잘 알려져 있다. 7대 의회 자치행정위원장을 하며 무난히 의회를 잘 이끌어‘경북도 의정대상 2회’, ‘YMCA 의정대상’ 등을 수상했다.
박승훈의원과 함께 장량, 환여동 지역 주민숙원사업 해결에 최선을 다했다는 그는 내년에 4선의원이 되면 장성동에 있는 ‘미군부대저유소’를 주민생태공원으로 바꾸는 사업을 추진하고, 의장에 도전해 지역을 위해 힘 있는 의정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천을 자신하기는 박의원과 동일했다. 김정재의원 공신론이다. 과연 김정재의원측에서는 어떤 관점으로 이들을 바라볼까. 모든 이들의 눈길이 이들에게 쏠려있다. 그중에서도 매서운 눈초리로 쳐다보는 이는 최상원 전의원이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받고도 ‘다’번의 불운으로 안타깝게 낙선의 고배를 마셨으나 내년에는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
장량동 체육회장, 방위협의회장, 벚꽃축제위원장, JC 특우회장, 포항철인3종 연맹회장, 경북캠핑협회 회장, 양덕중학교 설립추진위원장 등 최상원 전의원에게 붙은 꼬리말은 길다.
6대 의정기간동안 장량동 체육센터 건립을 위해 문화체육부에 뛰어다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지난날을 회고했다. 최 전의원은 “지방의원은 기본적으로 애향심과 전문성, 봉사심이 투철한 자질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반드시 약속을 지키는 시의원으로 주민들의 희망에 부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전의원은 시의원 재직 시 지역주민들로부터 “잘생긴 얼굴만큼이나 깨끗하고 강직하다”는 여론이 많았으며, 각종 시정감사에서 행정의 허점을 예리하게 지적해 ‘실력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장성동에서는 유명한 시티병원 신현기 원무부장은 동네에서 알아주는 ‘봉사전문가’이다. 어디든 봉사하는 곳에는 그가 나타난다. 포항 제일라이온스 총무, 국제와이즈맨 포항클럽 46대 회장,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장원초등학교 운영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다양한 자생단체 및 봉사단체에서 뛰고 있다.
지역대학인 위덕대학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보건학 대학원 석사를 마친 그는 독거노인 무료급식 봉사만 10여년째 해오고 있으며, 보건의료봉사를 20년째 병행해 오고 있다. 모두가 그에게 박수를 보내는 이유이다.
현재 자유한국당 장량동 협의회장이기도 한 그는 “지방정치는 결국 봉사정치라고 생각한다”며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사람이 우리 지역의 현재와 미래를 그려갈 수 있는 참일꾼 일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의 새로운 보수를 기치로 내건 바른정당에서는 김진율 전의원과 신예 임정혁 ㈜NSOK 포항지사장(41)이 출사표를 던질 예정이다.
4대 의원을 지내고, 5대 의원 첫해 선거법위반이란 굴레를 쓰고 곤욕을 치른 김진율 전 의원. 이후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주민들이 그에게 달아준 의원뺏지는 이미 빼앗겨 버린 후였다. 4대, 5대 선거 두 번 모두 무소속의원으로 출마해 환호동의 경우 85%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지지율을 끌어내는 기염을 토했던 그였기에 선거법 굴레의 충격을 대다수 포항시민들은 잘 기억하고 있다.
그를 상대로 유죄혐의가 있다며 증인으로 나선 이들은 당시 포항북구 모 국회의원 당 관계자 들이였다고 그는 말했다. “무소속의 설움이 낳은 비극이었습니다. 다시는 그런 아픔을 겪지 않기 위해 바른정당에 입당했습니다. 내년에는 바른정당으로 공천받아 지역민의 심판을 받겠습니다”
그는 다시 일어섰다. 환호동에서 3번이나 자치회장을 하며 당시 주택공사로부터 잘못 계산된 ‘아파트 관리비’를 일체 받아내 주민들로부터 ‘일잘하는 김진율’로 각인돼 시의회에 까지 들어가게 됐다.
“환호동을 커피전문 단지로 만들고, 최근들어 상권이 많이 죽어있는 장성과 양덕동 지역에 문화콘텐츠를 접목시켜 상권활성화를 위해 노력할 계획입니다. 지난 기억은 모두 잊고 다시 내일을 향해 뛰어나가야죠”. 내년에 그의 못다 한 꿈은 이뤄질 것인가.
김의원과 함께 바른정당으로 출전하려는 임정혁 지사장. 그가 몸담고 있는 ㈜NSOK는 경비보안회사이다. 경주가 고향으로 장량에 온지 15년이 되었다는 그는 어느새 터줏대감의 모습이다
“인구가 급팽창하다보니 주거문화가 너무 상업일색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무인모텔이 난립하고, 교통도 과밀화 되어가는 등 아이들을 키우기 힘든 곳으로 변하고 있어요. 제가 출마한 이유입니다”
장성현대아파트 자치회장, 장흥초등학교 운영위원장, 장량동 청년회 부회장, 포항JC 사무국장, 국제로타리 3630지구 기획위원 등 그가 걸어온길을 보면 숨가쁘다. 현재 바른정당 포항북당협 운영위원장을 맡아 내년 선거를 위해 뛰고 있는 그는 ‘아이키우기 좋은 도시 장량’을 모토로 젊은층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2014년 지방의원 선거, 포항지역에서 유일하게 민주당 간판으로 당선된 후보가 신예 김상민의원이다. 자유한국당 아성인 포항에서 박승훈, 김성조의원에 이은 3위로 당선된 것이다. 무려 15.1%, 4천여명의 주민이 그의 손을 들어줬다. 포항 정치사에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최연소 당선이란 꼬리표까지 붙었다.
그러나 김의원의 이 같은 저력에는 보기드문 경력들이 있었다. 한국 민주정치의 대명사 고 김근태 의원 밑에서 정치를 배웠고, 인제근 의원 비서관을 역임하는 등 오래전부터 정치수업을 받아온 터였다. 공정무역마을공동체협동조합이사,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정책자문위원, 김근태재단 정책실장, 환경정의 대의원 등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분명한 색깔에 놀란다.
같은 당 박희정의원(비례대표)은 “김의원을 보면 왜 민주당에서 많은 기초의원들을 배출해야 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다”며 “지역적 일당독주 체제인 포항에서 민주당의원인 김의원은 그야말로 견제와 균형으로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설득하고 회유해서 지역주민의 이익을 챙기고, 포항시민의 권리를 찾는 능력있는 의원”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들 외에도 수많은 예비선량들이 장량동과 환여동 골목을 거닐며 출마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열려 있고, 뜻이 있으면 길은 뚫리게 마련이다. 아무도 살지 않았던 그곳, 대체 그곳이 포항1번지 신도시가 되리가 누가 예상했겠는가. 모든 것은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더 많은 골목 잠룡들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