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경북뉴스통신】정승화 기자=포항'나'선거구는 전통적으로 포항지역의 역사와 선비정신이 깃든 농촌지역이다.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빠져나가고 연세 많은 어르신들만 있는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선거인구가 적다보니 선거구가 통합돼 모두 6개면에서 2명의 기초의원만 뽑을 수밖에 없는 곳이다. 지역구는 가장 넓고 지역구 의원은 적어 중선거구제의 최대 피해를 보는 지역이다.
▲ 좌부터 강필순 의원, 이상범 전 의원, 장두환 부회장, 정수회 의원, 한진욱 의원 | |
생활거리가 서로 떨어져 낯선데도 불구하고 6개 지역을 묶어서 2명을 뽑다보니 시의원은 거리 때문에 힘들고, 주민들은 평소 우리 마을 문제를 잘 아는 이웃사람이 아니라 득표율로 선출하므로 자칫 타 지역 후보를 우리지역 대표로 뽑아야 하는 시스템에 놓여 있다. 도심지역은 거리 문제가 없어 큰무리가 없지만 시골지역은 지역적 격리성이 있어 자연스레 지역 간 갈등의 골이 상존해 있는 곳이 나 선거구이다.
포항시 '나'선거구의 현역 포항시의원은 재선의 한진욱의원(65)과 지난 2014년 전략공천으로 처음 의회에 등원 한 정수화의원(64), 비례대표인 강필순의원(61) 등 3명이다. 이들 모두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공식화 하고 있고, 여기에 지난 5대와 6대 포항시의원을 지낸 이상범 전의원(53)과 청하면의 장두환씨(62)가 출마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곳은 후보의 출신 면이 어디냐에 따라 표가많이 갈라진다. 예를 들어 청하면에서 단1명만 후보로 출마한다면 농촌인정상 청하주민들 대부분 지역출신후보를 지지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어느 후보가 어느 면 출신인가를 살펴보는 것이 기본적 관전 포인트이다.
여기에 밑바닥에 깔려있는 문제는 지난 2014년 6회 지방선거에서 전략공천으로 희비가 엇갈린 정수화 의원과 이상범 전 의원 간의 문제이다. 전략공천과 함께 타 후보가 없어 선거운동 한번 없이 무투표로 무혈입성한 정의원이 내년에도 그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 아니면 전략공천의 피해자로 해외 봉사활동 등으로 외로운 시간을 보낸 이상범 전의원이 다시 재기할 수 있을지가 주목받는다.
죽장 사과농사꾼으로 포항시의회에 들어가 농민의 대변자 역할을 하고 있는 아지매 시의원 강필순의원이 여성이라는 시대적 장점과 부드러운 친화력으로 간판을 비례대표에서 지역구로 갈아탈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이들 3명의 현역의원들은 모두 지금 포스코 비리건으로 서울 모 구치소에 수감 중인 이병석 전 국회의원과 밀접한 소위 '이병석 키드'들이다. 자유한국당 포항 북구호의 새로운 선장인 김정재의원이 이들과 함께 출항할지, 하선시킬지도 선거의 핵심 키포인트이다.
현재 포항시 '나' 선거구에서 자칭타칭 가장 안정적으로 승리가 예상되는 후보를 꼽으라면 단연 재선의 한진욱의원으로 지목된다. 6개면 가운데 선거인수가 가장 많은 청하면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통합농협인 신포항농협 조합장출신으로 관할지역인 청하, 송라, 신광 3개면에 깊게 뿌리내린 지지기반이 있기 때문이다.
신포항농협 조합장을 물려준 편해원 현 조합장과의 끈끈한 연대도 한의원에게는 매우 큰 힘이 될 수도 있을것으로 예상된다. 농업전문가, 농촌경제통, 이런 말들이 한진욱 의원에게 붙은 꼬리말이다. 농업경영인연합회 포항시연합회장과 8년간 통합 신포항농협 조합장을 지낸 그의 이력이 가져온 묵직한 소득이다.
포항시 농업예산증액, 청하시장 활성화사업, 청하복지회관증개축, 119안전센터설치 등 다양한 지역사업을 위해 뛰어다니고 있는데 3.1만세운동을 기념한 '농촌중심지활성화사업 유치’에 나름 자부심을 갖고 있다. 3선의원이 되면 힘이 실려 지역을 위해 더욱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지역민들에게 신뢰를 당부한다.
이 같은 재선의 한진욱 의원에게 장두환 포항시 농어민연합회부회장(62)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면소재지에서 장제업을 하고 있는 장부회장 역시 뿌리 깊은 청하토박이로 한진욱의원과 정신적 모태인 청하중학교 선후배지간인데다 농어민관련 사회활동을 해온 유사한 이력으로 선거운동 시 득표활동 과정에서 충돌하는 부분이 많이 겹쳐있다.
다른 점은 장부회장은 신생 보수정당인 바른정당으로 공천을 희망하고 있다는 것. 바른정당 포항북구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승호 전 포항시장을 지지하는 그룹들과 자유한국당을 외면하거나 친 민주당성향을 보이는 진보성향의 주민들이 장부회장을 밀고 있다는 후문이다.
선거가 아직 8개월이나 남았는데 벌써 이들의 충돌은 시작됐다.
흥해와 마찬가지로 청하에서도 수십년 된 '청하시장상인회'(회장. 박수자)가 있지만 최근 또 다른 상인회가 발족됐다고 한다. 작은 면단위 시장에서 2개의 상인회가 조직 될 만큼 정치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갈라진 보수가 결국 쪼개진 이웃으로 분열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진욱의원이 6개면가운데 청하, 송라, 신광을 주요기반으로 한다면 정수화의원(64)은 기계, 기북, 죽장면을 주요기반으로 하고 있다.
기계면에서 재향군인회장, 바르게살기위원장 등 자생단체회장을 하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이병석 당시 국회의원으로부터 낙점을 받아 힘 안들이고 의회 문을 열어 눈길을 받았다.
당시 현역시의원으로 3선에 도전하던 이상범의원은 당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밀려 선거는 해보지도 못하고 이상하게 낙마했다. 이의원 지지자들은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되는 것을 왜 포기했는지 지금도 자유한국당 포항 북구협의회측의 이상한 여론조사 처사에 격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정수화 의원은 포항시의회 초선의원들의 스터디그룹인 '시초회' 후반기 회장과 의회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다. 자신의 터전인 기계를 기반으로 의정활동을 하고있다. 최근 포항시가 기계면 내단리에 유치한 '119 소방헬기교육장'과 관련, 주민들이 소음 등으로 대책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작 지역구의원인 정의원은 대책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원성의 목소리가 많다고 지역주민들은 전했다. 현역의원인 정의원을 바라보는 바닥민심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지난 선거에서 전략공천, 무투표로 당선돼 내년 선거가 정의원에게는 사실상 자력으로 치르는 첫 선거여서 바닥정서를 끌어모으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주민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지역에서 보기 드물게 법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법원 공무원 출신의 이상범 전 의원은 지난 2014년 낙선이후 국제봉사기구인 코이카 회원자격으로 약 1년반이상 필리핀에 오지봉사활동을 다녀왔다. 현재는 기계면에서 청소년과 노인문제, 다문화가정 문제를 들어주고 해결하는 비영리법인인 '가정폭력피해자 상담소'를 개소, 봉사활동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열정적인 활동에 상담소 문을 두드리는 주민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전해졌다.
기계를 중심지역으로 펼쳐질 정수화의원과 이상범 전의원간의 불꽃튀는 대결은 지역주민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한 화제거리가 되고 있다.
여기에 죽장사과농사가 주업인 여성 시의원 강필순의원까지 가세해 선거전은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강의원은 여성농업인 포항시 지회장, 죽장가시오가피 사업단 운영위원등의 다양한 농업관련 사회활동으로 포항지역 여성농업인을 대표하고 있다.
강의원은 지난해 본인이 대표발의한 농업안정기금 조례안이 무산된데 대해 지금도 아쉬운 마음을 갖고 있을 만큼 따뜻한 어머니의 마음으로 의정활동에 임하고 있다고 한다. 강의원의 모정의정이 정이 그리운 지역정서에는 안성맞춤이여서 내년 선거에서도 큰 득표력으로 연결될것이라고 주민들은 말하고 있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이곳 포항북구 농촌지역에도 서서히 선거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삼삼오오 모여 누가 선거에 나오는지, 어느 지역 사람인지 묻고 듣는다. 컴퓨터가 아무리 발달해도 아직 시골에서는 할말이 있으면 우선 만난다. 사람은 만나야 정이 트고, 손을 잡아야 친숙해지는 것은 시대가 변해도 여전하다.
그런 시골에서 또 주민분열의 단초로 작용하는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겸재 정선이 거닐었던 선비의 고장 청하 · 송라 · 신광, 청록파 시인 박목월의 시 '기계장날'의 낭만이 어린 기계· 기북· 죽장. 그 문향의 옛 향기가 훼손되지 않도록 2018년 선거에서 그야말로 맑고 푸른 선량이 선출되길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