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포항시 북구 지역구인 김정재 국회의원이 핫이슈다. 첫 시발은 지난달 4일 뉴스타파가 공개한 지난해 총선당시 김의원과 친윤핵심 이철규의원과의 전화녹취록. 3선고지를 눈앞에둔 김의원은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장이자 공천관리위원이었던 이철규의원에게 경선이 아닌 단수공천으로 사실상 자신을 공천해줄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과정에서 “포항은 경선을 하면 상대 경선후보의 지지선언을 끌어내는데 3억~5억원 정도 주고 받는다”는 말과 “포항에서는 이런일이 일상적이다”, “여론조사결과가 3배까지 차이나면 단수공천을 해달라”라는 등의 발언이 고스란히 드러나 그 여진이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녹취록이 각종 언론과 유튜브 등 SNS를 통해 급속도로 전파되면서 지역구인 포항시민들과 전국적인 공분을 샀다. 김의원 본인은 물론 계엄사태와 윤전 대통령 탄핵여파로 아직까지 갈팡질팡하는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적 시선을 더욱 아래로 떨어지게 만들고 있음은 당연하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즉각 수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분했고, 심지어 1일 개최된 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이 녹취록 사건이 소환돼 도마에 올랐다.
문제는 김의원의 헛발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번에는 오프라인 설화(舌禍)로 이어졌다.지난달 25일 국회 본회의 ‘초대형 산불 특별법안’ 표결절차과정에서 “호남에선 불 안나나”라고 말한 것이 그야말로 도화선이 됐다.
민주당과 개혁신당에서 들고 있어난 것은 물론 호남지역에서 김의원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하고 징계와 제명요구 등 구설에 휘말리고 있다. 김의원이 “사투리로 오해가 발생한 것 같다”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지역감정을 조장한다는 손가락질만 받는등 불씨가 사그라들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1일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앞에서는 또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김의원의 지역구인 포항의 각 읍면동 대표자들로 구성된 관변단체인 개발자문위원연합회 소속 일부위원들이 김의원의 출당과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들의 상경과정에서도 내부적으로 상경참여여부를 놓고 알력이 빚어졌으며, 주로 남구지역 개발위원들이 참석한 것으로알려졌다.
이들은 집회에서 “포항시민 명예를 훼손한 정치인은 더 이상 포항을 대표할수 없다”며 장동혁 당대표에게 김정재의원에 대한 출당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한다. 앞서 지난 8월13일에도 정부의 영일만대교건설예산 전액 삭감이 있자 이들 단체회원들이 포항시청에서 지역 정치인들을 규탄한바 있다.
지역 국회의원의 잘못된 정치와 언행에 대해 포항시민들이 뭐라한들 손가락질할 사람은 없지만 공교롭게도 포항시와 밀접한 대표적 관변단체여서 그 행보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TK지역 핵심인 포항지역구의 3선 국회의원이자 당의 중진인 김의원이 최근 불거진 일련의 사태와 그릇된 언행에 대해서는 마땅히 비난받아야 한다. 스스로 사과와 분명한 해명이 필요하며 포항지역구민들에게도 소상한 설명이 필요하다.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주말마다 지역에 내려와 웃음기 띤 얼굴로 주민들을 만난다는건 더이상 보기가 민망하며 지역민을 기만하는 일임을 분명히 명심해야 한다.
그런데 이와 별개로 포항지역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나오는 뒷말들이 간단치 않다. 지역 유력 정치인들간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는 말이다.
‘이번 기회에 김정재의원을 아예 출당시켜 내년 지방선거 공천시 힘을 쓸수 없도록 만들자’는 말이 지역 정치권 안팎에서 나돌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포항지역사회에서 내년 지방선거는 매우 중요하다. 누가 시장에 당선되느냐에따라 2년후 총선의 판도가 달라질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출마예정자들 역시 사실상 자신들의 공천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역구 국회의원과의 역학관계를 고려하지 않을수 없기 때문에 이번 김정재 의원을 둘러싼 출당파문이 그리 간단치 않다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4년전 시장공천과정에서 알력을 빚은 이강덕 포항시장과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아니냐하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출마예정자 임시캠프에서 정치적 계산에 따라 치밀한 각본을 짜고 김의원 밀어내기에 들어갔다는 말들까지 마구 쏟아지고 있다. 확실한 근거는 없지만 전혀 터무니없지 않은것이 지금이 정치시즌이기 때문일게다.
법적 선거는 아직 내년 6월로 하세월이지만 포항지역 일부 출마예정자들의 물밑 선거운동은 치열하다. 추석을 앞두고 여론조사가 빗발치고 있다. 언론사를 내세우거나 개인적인 여론탐색용 여론조사 전화를 들어보면 마지막에는 특정후보에 대해 집요하게 묻는다. 그야말로 여론조사를 빙자한 사실상 후보홍보 선거운동인 셈이다. 너나할것없이 서로 뒤질세라 여론조사 선거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들 출마예정자들에게 있어 공천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수 밖에 없는 지역구 국회의원, 특히 3선중진의 김정재의원의 존재는 그 자체로 두려움일것이다. 분명한 정답은 없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행태를 보면 김정재의원 밀어내기가 가시화 된것은 분명해 보인다.
향후 소위 김정재 사태가 어떤식으로 해결될지 정치권의 움직임과 김의원의 행보를 지켜봐야겠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 김 의원 앞에는 빨간신호등이 켜졌다는 사실이다. 그가 자신의 정치 신호등을 파란불로 바꿀지 아니면 빨간불 앞에서 무릎을 꿇을지는 두고봐야 알겠지만 가뜩이나 경제도 곤두박질치는 포항에서 제2의 권력쟁탈전이 재현되는 서막은 아닐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