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도시 포항이 거대한 산업 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지역 경제를 지탱해온 철강산업이 국내외 수요 감소와 가격 변동성, 탄소중립 압력 등 구조적 위기에 직면하면서, 포항의 경제지형에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때 ‘산업수도’로 불리던 포항은 지금 인구 감소와 청년 이탈, 내수 침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 포항시는 1조3,523억 원 규모의 해양레저관광특구 조성사업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꺼내들었다. 해양수산부 공모에서 영일만관광특구가 최종 선정돼 포항은 관광과 해양레저를 중심으로 한 체류형 도시전환에 본격 나서게 됐다.
포항시에 따르면 이번 특구조성에는 대관람차, 복합마리나, 특급호텔, 해양레저센터 등 9개 민간투자사업과 해양문화시설, 글로벌 경관 조성 같은 공공사업이 함께 추진된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가 과연 철강산업의 공백을 메울 ‘대체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과 기대가 교차한다. 반세기이상 포항지역 철강산업은 단순한 일자리 제공을 넘어 지역경제의 기반이자 정체성이었다. 이런 구조 속에서 해양관광이라는 새로운 산업이 그 자리를 대체할 만큼의 경제 파급력을 가질 수 있느냐는 문제는 간단치 않다.
물론 포항은 이미 호미반도권에 약 1조3,000억 원 규모의 민간 관광투자를 유치했고, 이번 공모사업과 연계될 경우 경제적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포스코 중심의 단일산업 도시에서 관광, 해양레저, 신산업이 결합된 복합도시로의 전환은 충분히 전략적 시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미봉책’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지역민의 삶과 실제로 연결되는 체류형 관광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대규모 시설투자에만 집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상권과 문화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철강산업과의 연계 가능성, 예컨대 스마트 해양레저 산업이나 친환경 선박기술 등을 모색하는 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도시는 산업을 통해 진화한다. 지금 포항은 중대한 전환의 문 앞에 서 있다. 해양레저관광특구가 진정한 대안이 되기 위해선, 단기 부양책이 아닌 중장기 전략이 뒤따라야 한다. 이번 사업이 도시의 미래를 바꾸는 출발점이 될지, 아니면 또 하나의 ‘전시성 개발’로 남을지는 향후 10년간의 실행력에 달려 있다. 포항은 지금, 자신만의 해답을 만들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