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KNC칼럼〉“불빛축제 전격 취소, 포항 행정의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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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C 칼럼

〈KNC칼럼〉“불빛축제 전격 취소, 포항 행정의 민낯

기사입력 2025.06.23 12:04    정승화 기자 @

 

포항시.jpg

 

‘하늘만 쳐다보는 행정’.


포항시가 당일 오후에 전격 취소한 ‘2025 포항국제불빛축제’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를 요약한 이 표현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그것은 현실이자, 포항시 행정 시스템의 총체적 붕괴를 드러낸 한 문장이다.

 

24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대규모 지역 축제. 포항시가 “기습적인 호우주의보”를 이유로 이 행사를 당일 오후 4시 30분 전면 취소한 일은, 단순한 기상 변수의 문제가 아니다. 

 

예측된 장마철, 예상된 변수 속에서 아무런 플랜B 없이 기다리다 결국 ‘손 놓고’ 결정한 행정의 무책임이 본질적 원인이다.

 

문제는 수없이 많다. 우선, 포항시는 시민과 관광객에게 행사 전날까지도 개최 여부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았다. 

 

기상청의 호우주의보 발령은 전혀 돌발적이지 않았다. 6월 중순부터 전국적으로 예보된 장마는 기정사실이었고, 불꽃축제처럼 야외 군중 밀집 행사의 경우, 우천 시 대응 매뉴얼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포항시는 강수량 기준도 모호했고, 공식 채널을 통한 커뮤니케이션도 부재했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인스타그램과 커뮤니티를 뒤지며 정보를 수소문했고, 대다수 관광객은 수 시간 이동 후 포항 도착 직전에야 “취소” 소식을 알게 됐다.


“비행기 타고 왔다”, “연차 쓰고 기름값 10만원 썼다”, “숙박 예약 어쩌냐”는 울분 섞인 목소리는, 단순한 불만이 아닌 피해 보고였다.

 

또한 가장 심각한 건 ‘대체 프로그램’조차 없었다는 사실이다. 악천후는 명백한 변수였음에도, 실내 대체 행사나 축소 공연, 관광객을 위한 안내 체계 하나 없이 시는 문자 하나로 모든 책임을 면피했다. “안전 때문”이라는 일방적인 명분 뒤에는 아무런 전략도, 시민에 대한 존중도 없었다.

 

이 같은 취소는 단지 관광객에게 실망을 안긴 수준을 넘는다. 해도동·송도동 일대 상권은 당일을 위해 냉장식품과 간편식을 대량 확보했다.

 

도시락·김밥·음료를 폐기하거나 ‘1+1 할인’으로 내놓는 편의점들의 모습은 포항시가 낳은 참사의 후폭풍이다. 자영업자들에게는 행사 자체보다 ‘사전 예고 없는 갑작스런 행정’이 더 큰 재난이었다.

 

더욱이 일부 좌석이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암표로 유통된 정황까지 드러났다. 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지만, 이는 공공 행사 운영의 기본 원칙과 감시 체계가 무너졌다는 증거다. 대체 이 모든 일이 벌어지는 동안 포항시 행정은 어디에 있었는가.

 

이쯤 되면 묻지 않을 수 없다. 24억짜리 축제를 준비한 공무원 조직 안에는 재난관리 전담자도, 사전 매뉴얼도, 시민 안내 책임자도 없었는가? 기상 리스크를 고려해 6월 말이라는 시점에 축제를 강행한 결정은 누가 내렸고,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지역 축제는 관광을 넘어서 지역 이미지와 행정의 품격을 보여주는 시험대다. ‘국제’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상, 더 높은 기준과 책임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번 포항 불빛축제의 전개는, 관광객을 불편하게 한 ‘행사 실패’가 아니라, 시민과 도시를 무시한 ‘행정 실패’로 기록될 것이다.

 

포항시는 지금이라도 정확한 취소 결정 경위와 판단 기준, 암표 유통에 대한 조사, 상인 손실에 대한 실태 파악, 그리고 무엇보다 근본적인 행정 시스템 개편과 위기 대응 매뉴얼 정비에 착수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장마라 어쩔 수 없었다”는 한 마디로 덮을 수 없다. 시민들은 하늘이 아닌, 행정을 믿고 도시를 찾았다. 그 신뢰를 져버린 것은 하늘이 아니라 포항시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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