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경북뉴스통신】정승화 기자= 포항의 관문 연일은 형산강의 물길을 따라 발달해온 곳이다. 강을 따라 오가던 배들이 정박해 쉬어가기도 하고, 이곳저곳 물건을 주고받다 자연스럽게 강변에 형성된 게 ‘연일부조장’이다. 죽도시장이 요즘 경북 최대 전통시장이라면 부조장은 조선시대 경북상권의 중심이었다. 형산강을 통해 내륙으로, 영일만을 통해 바다로 나갈 수 있었던 해상물류의 중심지였다.
강원도의 명태와 오징어류, 남해안의 멸치류 등이 보부상들의 배편으로 포항에 반입됐으며, 포항의 청어와 소금이 부조장터에서 팔려나갔다. 수많은 황포돛배가 출렁이는 파도 위를 오가며 형산강으로 들어오는 그 광경이 어떠했겠는가. 뱃사공들의 노 젓는 소리, 팔뚝위로 불거진 푸른 동맥들, 거친 숨소리가 귓전에 들려오는 듯하다.
수많은 객주들이 주판알을 튕기며 물건 값을 흥정하는 모습, 주막에서 활활 타오르는 가마솥 불꽃, 주모의 바쁜 손놀림, 막걸리 한잔으로 고단한 삶의 시름을 씻어 내렸던 보부상들의 넋두리, 그 모든 장터의 서정이 한 폭의 그림이 되어 물결에 일렁이듯 아련하다. 마침 그 역사를 기념하는 ‘연일부조장터문화축제’가 10년째 열리고 있으니 그 흥취는 어느 정도 맛볼 수 있으리라.
대송은 한국의 5대 성씨인 ‘영일정씨’의 본향이다. 고려 의종 때 최고의 재상이었던 형양공 정습명 시조의 재실인 ‘남성재’가 있는 곳이다. 경북도 유형문화재 제302호이다. 김부식과 함께 ‘삼국사기’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고려말 충신이었던 포은 정몽주가 그의 10세손이며, 고 정장식 전 포항시장이 29세손이다. 지난 1998년부터 8년 동안 포항시장으로 재임하며 ‘첨단과학도시 포항건설’을 주도, 지역민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던 정 전시장은 지난해 8월 불의의 사고로 이젠 역사가 되었다.
▲ 좌로부터 방진길 의원, 정해종 의원, 주해남 지부장, 최광열 대표 © | |
이렇듯 포항의 역사가 오롯이 담긴 이곳이 포항시 ‘아’선거구다. 주민은 연일읍 약 3만4천여명, 대송면 약 4천8백여명이다. 유강지역은 상대적으로 젊은층들이 많이 거주하며, 대송지역은 연로하신 부모님 세대가 많다. 철강공단 인접지역이라 분진도 많이 발생하고 공기도 좋지 않지만 고향이라 어쩔 수 없이 눌러 살고 있는 듯하다.
현재 이곳에는 자유한국당 소속 3선의 정해종의원(58), 재선의 방진길의원(53)이 깃발을 꽂고 있으며, 여기에 최광열 포항급식연대 대표(50), 주해남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경북지부장(51)이 도전할 의사를 표명했다. 이밖에도 아직 수면위로 떠오르지는 않지만 출마를 검토하는 후보들이 몇몇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끝까지 가봐야 될 것 같다.
이들 네명의 후보를 보면 현역의원은 보수정당인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전형적인 TK 보수정서를 보이는 반면, 도전자인 최광열 대표와 주해남지부장은 포항 재야에서는 잘 알려진 시민운동가이자 봉사전문가로 무소속이나 바른정당이지만 성향은 진보적이다. 따라서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보수후보를 지역대표로 뽑느냐, 진보성향의 후보를 뽑느냐가 이 지역 핵심 프레임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역의원들은 두명 모두 재선과 3선의 다선들이여서 지역현안사업 및 인프라 사업 등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운제산 삼림욕장 조성, 장동 홍계리 주거단지 지정, 중명생태공원조성, 생지근린공원조성 등이 이들이 내세우는 땀방울의 댓가들이다. 대송면 제내리와 연일읍사무소~인주IC 간 도시계획도로도 향후 추진해야할 과제라고 정 부의장은 덧붙였다.
두 사람 모두 전형적인 토박이 출신들로 으레 지방의원들이 그러하듯 지역향토청년회장 출신들이다. 정 부의장은 대송, 방의원은 연일향토청년회다. 학교는 정 부의장이 대동고와 동국대를 거쳤으며, 방의원은 영일고와 동국대를 졸업했다. 정 부의장은 내년 4선의원이 되면 의장에 도전할 뜻을 내비쳤다. 여러 부문에서 두 사람이 겹치는 면이 많아 자칫 표가 갈라질 우려도 높다고 지역주민들은 말했다.
이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후보들은 이미 지난 2014년 출마해 격돌한 바 있다. 현재 ‘최광열 손해사정사’를 운영하고 있는 최대표는 포항고와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인 포항 대송에 내려와 동네 이장을 하며 시민운동을 하는 재야인사다. ‘포항의 김두관’이란 별명이 그를 따라 다닌다. 소탈하고 시골사람 같은 풋풋한 모습이지만 불의에는 결단코 맞서는 ‘의지’가 강한 인물로 정평이 나있다.
포항급식연대 대표, 포항시 주민참여예산위원회 부위원장, 포항 식생활교육 국민네트워크 대표 등 현재 그가 맡고 있는 사회단체 직함만 여럿이다. 여기에 성공회대 엔지오학과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선린대학교 보건행정학과 외래교수로 출강하는 등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있다.
최대표는 “최근 환경부에서 발표한 2016년도 국가산단지역 주민건강조사결과 포항이 조사대상 7개 산단 중 유해물질로 인한 고혈압성질환과 뇌혈관질환 사망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대송과 연일은 철강공단 인접 동네인 만큼 주민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특단과 공단차원의 대책을 포항시에서 강구해야 하는데 내년에 당선되면 반드시 실현 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주해남 전국지역아동센터 경북지부장은 포스코 직원이다. 품질기술부 재질시험 부문에서 27년째 3교대로 근무하면서 틈새시간을 쪼개 자원봉사에 온몸을 던지고 있는 인물이다. 위덕대 대학원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해 석사 학위를 받았다. 처음 봉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1998년, 포스코 노경협의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사내 자원봉사를 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후 지금까지 20년 동안 대송을 중심으로 공동생활체 가정과 아동센터, 무료급식소 운영 등 사비까지 털어가며 이웃을 돕는 ‘봉사전문가’로 이름이 높다. 그 공로로 지난 2014년 ‘삼일문화대상 봉사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현재 바른정당 소속인 그는 내년선거에서 의회에 진출하게 되면 재야에서 펼치던 사회봉사활동을 제도권 내에서 본격적으로 펼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하겠다는 큰 포부로 바닥을 다지고 있다.
“지역적으로 보면 유강의 경우 교통이 막혀 고립무원인데 연일과 포스텍 뒷길을 연계해 교통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또한 연일의 시금치와 부추단지를 사회적 기업으로 접목, 발전시켜 안정적 판로를 확보하는 등 다양한 지역발전정책을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포항의 역사와 정통을 보여주는 지역답게 다양한 지역 인재들이 새로운 내일을 열어가고자 부단히 움직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도 있고, 보이지 않는 음지에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선량들도 있다.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묵묵히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그들은 누구일까.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빛이 들어올 것을 굳게 믿기 때문일 거다. 음지가 양지되고, 양지가 음지 되는 게 세상 이치 아닌가. 공해와 매연이 아니라 맑은 공기와 푸른 하늘이 열릴 수 있도록 기원하며 ‘남성재’에 엎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