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해 로타리에 위치한 한방족발 모습
【KNC 뉴스】정승화 기자=지진이 휩쓸고 간 경북 포항시 흥해읍은 1년7개월의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아픔이 채 씻겨나가지 않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불경기시대 흥해의 어려움은 얼마나 클까.
흥해읍의 심장부인 성내동 로타리에서 한방족발집을 운영하는 송미희사장(52). 삼남매를 둔 어머니인 그녀의 하루는 새벽 족발씻기로 시작된다.
“항상 싱싱한 국내산 돼지 앞다리로 한방족발을 만드는 게 저의 철칙이에요. 단골손님들이 가게를 찾는 이유가 부드럽고, 쫄깃한 족발 맛에 있기 때문에 그 맛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죠”
어려운 경기이지만 그녀의 족발집이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흥해는 물론 포항과 영덕, 경주 등 외지에서도 찾아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녀의 첫 일과인 돼지 핏물빼기는 꼬박 4시간이 걸리는 어려운 일이지만 핏물을 완전 제거해야 다음순서인 그녀만의 비법 ‘족마사지’를 할수 있단다.
“육질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생족 마사지를 해야 하죠. 나이많은 어르신들도 쉽게 드실수 있는 이유가 바로 마사지 비법에 있답니다.”
여기에 생강과 마늘, 오가피 등 각종 약재를 넣고 펄펄 끊여야 그녀만의 작품인 ‘한방족발’이 완성된다.
▲ 한방족발 송미희 사장
학창시절 약사를 꿈꾸었던 그녀가 전혀 동떨어진 족발집 사장이 되기까지에는 기나긴 사연이 함께 했다. 부모님의 사정으로 가정형편이 기울면서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직장을 다니다 결혼을 하면서 꿈을 잃어버렸다는 그녀.
이후 30대 중반무렵 찾아온 신경성 질환인 ‘구안와사’를 앓아 안면마비를 겪으면서 눈물로 지새다 건강회복을 위해 이것저것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다닌것이 족발과 인연을 맺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혈액순환에도 좋고 체력보강에도 도움이 되는 음식을 찾다보니 족발이 저에게는 딱 맞는 보양식이더라구요. 그래서 족발을 즐겨먹다보니 건강도 회복하고 이제는 많은이들에게 권유하기 위해 아예 족발집을 하게됐네요”
어느덧 족발매니아가 된 그녀는 건강한 노후를 보내기 위해서라도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족발을 많이 드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진 때문에 흥해에 사는 모든 분들이 힘든 것 같아요. 전국적으로 경기가 어렵지만 흥해는 정도가 더 심한 것 같아요. 추석이 다가오는데 많은 분들이 흥해를 찾아서 물건을 팔아주는 것도 지진상처를 입은 흥해 주민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쫄깃쫄깃한 한방족발이 진열돼 있다
그녀는 자신뿐만 아니라 흥해의 모든 상가와 상인, 지역주민들이 함께 잘 살았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내비쳤다.
“아이들의 표정이 어둡습니다. 아이들이 환하게 웃을수 있도록 정부와 포항시에서도 흥해에 대한 관심과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았으면 해요. 그러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려움 속에서도 아이들의 어머니로, 족발집 사장님으로 1인2역을 척척해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정성이 가득한 한방족발 작은 것(1만5천원)을 포장해 왔다. 맛을 찾는 이들은 ‘로타리 한방족발’에 한번 가보시라.(로타리 한방족발/ 054, 261-5425)